진정한 에이스로 다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다만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게 아쉬웠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가 2경기 연속 눈부신 호투로 건재를 과시했다.
박찬호는 2일 미니애폴리스 메트로돔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과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뽑아내며 8안타 2실점으로 잘 던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나 마무리 투수의 난조로 승리를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비록 승수를 쌓지는 못했지만 최고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뿌리며 전성기 때의 위력을 유감없이 떨쳤다. 8회 1사 후 물러날 때까지 투구수는 98개(스트라이크 64개)에 그쳤고 볼넷은 한 개도 없이 몸에 맞는 공만 2개 허용했을 정도로 제구력도 뛰어났다. 승패 없이 3승4패를 유지하며 평균자책은 5.14.
지난달 27일 미네소타전에서 99일 만의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 피칭(6이닝 이상 던지며 3실점 이하). 인신공격에 가까운 혹평을 보내던 텍사스 지역 언론들도 3년 전 6500만달러의 거금으로 입단했던 박찬호가 이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상을 되찾아 몸값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텍사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박찬호의 어깨에 달려 있다는 것.
텍사스 포수 로드 바라하스는 “박찬호는 자신감에 넘쳐 있고 완전히 다른 피칭을 했다”고 칭찬했다.
이날 박찬호는 1-0으로 앞선 1회말 첫 타자 섀넌 스튜어트에게 우중간 1점 홈런을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노련한 구질 배합으로 7회말까지 1점차 리드를 지켜나갔다.
8회말에도 계속 등판해 선두 타자 토리 헌터를 삼진으로 잡았으나 저스틴 모노에게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의 유리한 상황에서 우중간 2루타를 얻어맞은 게 화근. 벅 쇼월터 텍사스 감독이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오자 박찬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리며 더 던지겠다는 의사 표시까지 했지만 결국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잠바 차림으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박찬호는 구원 프란시스코 코르데로가 연속 3안타를 얻어맞아 2-4로 뒤집히자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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