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은반 요정’ 김연아(14·경기 군포시 도장중). 그가 드디어 ‘일’을 냈다.
김연아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끝난 국제빙상연맹(ISU) 2차 주니어그랑프리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합계 148.55점을 기록해 일본의 사와다 아키(16·136.16점)를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1908년 스케이팅이 국내에 도입된 이래 피겨 종목에서 국제 공인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성인대회와 주니어대회를 통틀어 김연아가 처음이다.
김연아는 4일 쇼트프로그램을 펼치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 피겨 연기 중 넘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하지만 김연아는 곧 일어나 다시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펼쳤다.
그가 펼친 트리플점프 콤비네이션은 시니어들도 하기 힘든 연기. 한번 점프해 세 바퀴를 도는 트리플 점프를 두 차례 연속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이에 심판진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쇼트프로그램에서 최고 점수인 47.23점을 줬다. 사와다는 46.70점으로 2위.
김연아는 5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01.32점으로 사와다(89.46점)를 제치고 1위. 트리플 점프를 6차례 완벽하게 소화하는 등 깔끔한 연기를 펼쳐 심판들로부터 찬사까지 받았다. 사와다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김연아에게 뒤졌다. 그랑프리보다 한 단계 높은 급인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3위를 하며 차세대 피겨 여왕으로 떠올랐던 캐티 테일러(15·미국)도 김연아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3위로 처졌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고교, 대학생 언니들을 제치고 국내 최강자에 오른 ‘피겨 신동’. 1m56, 38kg의 이상적인 체격을 갖춘 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트리플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세계 피겨를 정복한 미셸 콴의 뒤를 잇는 게 그의 꿈.
김연아는 우승한 뒤 어머니 박미희씨(45)에게 전화를 걸어 “애들 코를 납작하게 해줬어. 잘했지 엄마? 조만간 더 큰 일을 낼 테니 지켜봐”라고 했다.
김연아는 7일 귀국한 뒤 16일 중국 하얼빈에서 열릴 4차 그랑프리에 다시 참가할 예정이다. 하얼빈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면 12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할 수 있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8명이 출전해 주니어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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