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올림픽 사격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스마일 총잡이’ 진종오(25·KT)의 인상은 늘 밝다. 그래서 일도 잘 풀리나 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은 태릉사격장 곳곳에는 ‘자랑스러운 진종오’ ‘올림픽 은메달 축하합니다’ 등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럴 만 했다. 불모지였던 한국 권총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아닌가.
“사격장에서 악수하느라 손이 아플 정도였어요. 한턱내라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누구보다 수경이에게는 뭔가 보답하고 싶어요.”
진종오가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는 수경이는 사격 여자국가대표 후배인 안수경(경기체고). 진종오는 사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었다.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손으로 올림픽 출전 쿼터를 땄지만 정작 지난 5월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로 밀려났기 때문.
실의에 빠졌던 그에게 믿어지지 않는 소식이 전해졌다. 안수경이 권총 25m와 공기 권총에서 모두 대표로 선발되면서 올림픽 쿼터 한 장에 여유가 생겼고 국제사격연맹이 이를 권총 쿼터로 바꿔줬다는 것.
“정말 날아갈 듯 기뻤어요. 올림픽 나가는 게 너무 소중했고 한 발 한 발 더욱 최선을 다했습니다.”
진종오는 아테네 올림픽에 나가 권총 50m에서 본선을 1위로 통과한 뒤 10발을 쏘는 결선에서도 6번째 발까지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7번째 발에서 어이없게도 10.9 만점에 6.9점을 쏘는 바람에 금메달이 날아갔다.
“한 번에 격발을 못한 뒤 시간에 쫓겨 다시 쏘려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제대로 조준도 못하고 방아쇠를 당겼죠. 근데 그만.”
안타까운 기억을 더듬으며 진종오는 자신의 신체 비밀을 털어놓았다. 손이 남보다 작다는 것. 손바닥을 대보니 진짜 그랬다.
“권총은 키 큰 유럽선수 체형에 맞춘 게 대부분이거든요. 손이 작으니 총을 다룰 때 부담스러워요. 손잡이가 작은 총이 나오면 좋을 텐데….”
진종오는 좌우 시력도 0.6으로 인상을 써야 사물이 또렷이 보일 정도. 그런데 50m 밖에 있는 50mm 만점 표적지는 어떻게 맞출까. “별 문제없어요. 권총에 있는 조준선만 제대로 맞추면 되거든요.”
아테네올림픽 권총 10m에서 44세의 나이로 금메달을 딴 중국의 왕이푸처럼 45세까지 뛰고 싶다는 진종오. 비인기 종목인 사격에서도 찬밥이라는 권총에서 새로운 희망을 밝혔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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