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달리는 거야(도루). 알았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팀에겐 ‘말’이 곧 ‘작전’이다. 누가 듣건 말건 경기 중에 코칭스태프가 큰 소리로 작전을 지시하기 일쑤. 상대팀이 한국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3루에 나가 있는 김상국 작전 및 배터리 코치(천안북일고)가 수신호로 내는 사인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위장 사인’이 대부분. 실제론 대부분의 작전 수행이 말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코칭스태프는 대회 전에 입을 맞췄다. 야구 용어의 대부분은 영어. 하지만 영어로 하면 상대가 알아듣기 때문에 주요 용어를 한국어로 바꿨다. 예를 들면, 스퀴즈 번트는 짜내기, 히트 앤드 런은 치고 달리기, 스틸은 달리기, 피치드 아웃은 공 빼기 등.
한국팀의 이성열 감독(유신고)은 “말로 하는 게 가장 확실한 사인 아니냐. 사인 미스가 날 염려도 없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가장 확실한 수단인 셈이다.
타이베이=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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