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한명이라도 팬이 있는 한…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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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영화라면 닥치는 대로 봤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에 가장 감동과 재미가 있었던 게 1992년에 나온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2차대전 당시인 1943년 남자 선수의 대거 입대로 메이저리그 인기가 추락하자 여자 선수들로 미국여성프로야구리그(AAGPBL)를 만들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록포드 피치스의 주정뱅이 코치로 나온 연기파 배우 톰 행크스와 운동으로 다져진 미녀스타 지나 데이비스에 만능 엔터테이너 마돈나가 가세한 이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춰 대성공을 거뒀다.

실제로도 여성야구는 처음엔 관중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았지만 차츰 인기를 끌기 시작해 전쟁이 끝난 한참 뒤인 1954년까지 계속됐다.

뜬금없이 10년 이상 지난 외국 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병역비리에 휘말린 국내 프로야구를 놓고 주위에서 온갖 말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대목은 포스트시즌 폐지론. 2차대전 당시 미국은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비롯해 워렌 스판, 요기 베라, 봅 펠러 등 500여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메이저리그는 명맥을 이어갔다.

이유는 단 하나. 경기력은 형편없이 떨어졌어도 야구장을 찾는 한명의 팬이라도 있으면 충분하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야구를 만든 것은 상업주의와 결탁된 면도 있었지만 팬에 대한 서비스를 먼저 생각한 것.

이에 비하면 국내 프로야구는 훨씬 사정이 나은 편이다. 병풍(兵風) 이후 관중이 격감했다고는 하지만 지난 주말 두산과 삼성이 맞붙은 잠실구장에는 18일 1만500여명, 19일 9000여명이 운집했다.

국내 팬의 변함없는 야구 사랑이 놀랍지 않은가. 다행히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장기 외국출장에서 돌아와 21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 8개 구단 사장과 머리를 맞댄다고 한다. 모쪼록 반짝반짝 빛나는 프로야구 소생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누가 뭐래도 프로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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