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올림픽 탁구 5연패에 도전했던 이해곤은 21일 단식 결승에서 독일의 니케리스 호거(36)에게 0-3으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50대의 나이에 결승까지 진출한 그의 저력은 주변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는 30년 전만 해도 180cm, 78kg의 건장한 체구를 지닌 해병대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간 특수훈련 도중 목뼈가 부러지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절망에 빠져 보훈병원 병상에 누워 죽음만을 생각했다.
그런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사람은 외국인 선교사. 그는 이씨를 억지로 탁구대로 끌고 갔다. 전신마비였던 이씨는 손에 탁구라켓을 묶고 볼을 쳤다. 전혀 반응할 것 같지 않던 몸이 신기하게도 조금씩 움직여졌다. 그는 경추부위를 다쳐 땀을 흘리지 못한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 몸 안이 불처럼 뜨거워진다. 그럴 때마다 그는 찬물을 뒤집어쓰면서 다시 라켓을 잡았다.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눈물을 쏟았다. 우승도 기뻤지만 새로운 삶을 찾은 게 더 기뻤다. 이후 올림픽 4연속 금메달.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을 놓쳤지만 그에게 좌절은 없다. 그는 “남은 단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다시 불같은 투지를 드러내 보였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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