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본토 야구의 흐름 바꾼 이치로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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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야구천재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석권하자 기자는 의아해했었다.

신체조건이 불리한 동양인으로서 입단 첫해에 타율(0.350), 안타(242개), 도루(56개)의 3관왕을 차지하는 선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오클랜드의 거포 제이슨 지암비(현 뉴욕 양키스)나 팀 동료 브렛 분의 활약이 더 돋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실제로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은 지암비 특집을 마련했다가 이치로로 바꾸는 촌극을 빚었고 ‘진정한 MVP는 지암비’라는 칼럼까지 냈다. 장타력(0.660)과 출루율(0.477) 2관왕 지암비는 이를 더한 타자의 종합공격력(1.137·OPS)에서 0.838의 이치로(장타력 0.457, 출루율 0.381)를 무려 3할 가까이 앞섰기 때문.

기자단 투표에서도 이치로(289점)는 지암비(281점)와 분(259점)을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8점차는 1931년 MVP 선정이 시작된 이후 8번째 최소점수차.

다시 3년이 흘러 이치로는 미국에서 두 번째, 일본에서까지 합하면 5번째 MVP 수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262안타를 날려 조지 시슬러의 84년 묵은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깬 그의 활약은 3년 전과 비교해 더욱 선명하다.

그러나 이치로는 올해도 OPS(장타력 0.455, 출루율 0.414)에선 0.869로 2001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게 없다. 내셔널리그 MVP 후보인 샌프란시스코 배리 본즈는 1.422(장타력 0.812, 출루율 0.609)로 이치로를 5할5푼 이상 크게 앞선다.

여기서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치로가 본즈에 비해 상대 우위를 보이는 부분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순간 왜 그가 모든 이의 찬사를 받는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본즈보다 홈런은 37개, 볼넷은 183개가 적지만 매년 부상 없이 거의 전 경기를 뛰었고 4년간 61경기를 더 나왔다. 둘 다 리그 타격 왕이지만 올해 안타 수에선 127개나 차이가 난다.

이치로야말로 파워를 선호하는 현대 야구에서 ‘작은 야구’로 메이저리그의 조류를 바꿔가고 있는 선구자인 것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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