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한국축구 대명사’ 홍명보 10일 LA서 은퇴경기

  • 입력 2004년 10월 5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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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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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5·LA 갤럭시). 그가 1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축구리그 댈러스전에서 은퇴 경기를 갖고 그라운드를 떠난다.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4회 연속 출전,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브론즈볼 수상…. 그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에 큰 획을 그은 선수였다. 홍명보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또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언제였으며 앞으로 그의 꿈은 무엇일까. 공식 은퇴를 앞두고 ‘영원한 리베로’의 축구인생 23년을 짚어본다.》

● 생애 최고의 순간 ‘월드컵’

한일월드컵 한국-스페인의 8강전이 벌어진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

승부차기에서 한국이 4-3으로 앞선 가운데 마지막 키커는 홍명보. 굳은 표정으로 볼을 페널티킥 마크에 놓은 그는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숨을 크게 내쉰 뒤 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찬 볼은 11m를 날아가 골문 오른쪽 상단을 정확하게 갈랐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이 확정된 이 순간 홍명보는 두 팔을 비행기처럼 벌린 채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한 21년의 축구선수 생활, 그리고 월드컵 네 번째 도전 끝에 맞은 최고의 영광이었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키커를 홍명보와 황선홍 중 누구로 할 것인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홍명보가 “나는 죽어도 첫 번째 키커는 못한다”고 고개를 젓는 바람에 마지막 킥을 그에게 맡긴 것.

홍명보는 이처럼 겁이 많다. 여기에 마음이 너무 좋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 ‘흥부’다. 한참 어린 후배들이 장난삼아 ‘명보야’하고 불러도 그저 ‘허허’ 웃기만 하는 속없는 선배다.

그런 홍명보도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체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들을 때다. “월드컵 전 주위에서 정확한 데이터도 없이 내 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할 때마다 부아가 치밀었다”는 그는 그래서인지 그라운드에만 들어서면 악착같은 투사로 변모했다.

1990년 이후 12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4회 연속 출전 선수,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브론즈볼 수상이라는 빛나는 업적을 남긴 것은 그처럼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 영원한 리베로, 영원한 자유인

자유인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인 리베로. 축구에서 ‘원조 리베로’는 독일의 ‘축구황제’ 베켄바우어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때 독일대표팀으로 출전한 베켄바우어는 포지션 없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 리베로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리베로가 되기 위해서는 체력과 공격 및 수비 기술의 겸비에 게임 리딩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공격수와 수비수를 고루 해봤고 한국 축구를 통틀어 가장 길고 정확한 패싱력을 갖춘 홍명보는 리베로로 적임자였다. 홍명보는 1994년 미국월드컵 독일과 스페인전에서 공수의 주축으로 2골을 기록하는 등 리베로의 전형을 보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홍명보만한 리베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홍명보는 ‘영원한 리베로’다.

● 성공 비결은 노력과 자기관리

홍명보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동북고 선배이자 포항 스틸러스에서 그를 지도했던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명보는 정말 머리가 좋은 선수다. 다른 선수들이 생각 못하는 한 차원 높은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탄탄한 기본기에 영리한 머리, 철저한 자기관리가 최고의 선수가 된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홍명보와 같이 뛰었던 김주성 축구협회 국제전문위원은 “명보는 철저한 노력파다. 축구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노력형 천재”라고 평가했다.

또 홍명보의 절친한 친구인 황선홍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는 “명보는 축구 공부를 열심히 한다. 새로운 축구 흐름과 전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한 결과 게임을 보는 탁월한 눈과 센스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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