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 청소년대표 이미애코치 “집중력 집중지도”

  • 입력 2004년 10월 5일 19시 12분


코멘트
이미애 코치는 “외국에서 선진 축구를 배워 한국 최초의 대표팀 여자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충주=김성규기자
이미애 코치는 “외국에서 선진 축구를 배워 한국 최초의 대표팀 여자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충주=김성규기자
“최대한 어린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하려고 노력해요.”

올 3월 여자축구 청소년(19세 이하) 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이미애(李美愛·31)씨의 지도론은 단순하다. 선수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것. 좋은 말이긴 하지만 카리스마형 지도자를 선호하는 국내 체육계 풍토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코치는 한국 축구대표팀 사상 최초의 여성 지도자다. 여자축구 1세대인 그는 ‘여자가 무슨 축구야’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 축구를 시작했다. 1세대가 대부분 그렇듯 그도 축구 전에 다른 운동을 했다. 초등학교 때는 육상 중장거리,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5년간 역도를 했다. 56kg급으로 국가대표까지 지냈지만 허리를 다쳐 대학(인천전문대)에 입학하면서 축구로 종목을 바꿨다. 91년부터 9년간 국가대표를 지낼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운동했기 때문에 지도자가 되면 선수들이 자발적이고 재미있게 공을 찰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2000년 충주 예성여중과 예성여고 축구 코치를 맡으면서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학교 건물 뒤편 컨테이너 가건물 숙소에서 선수들과 4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도 이들과 좀더 가깝게 지내려는 의도. 그동안 하위권이던 예성여고 축구팀은 전국 4강에 드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차세대 에이스 박은정(18)과 이진화(18)는 그가 예성여중에서 발굴한 선수들.

그가 대표팀 백종철 감독의 추천으로 코치를 맡은 뒤 5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아시아 최강 중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여자 축구가 중국을 이긴 것은 이때가 처음.

“요즘 선수들은 축구를 일찍 시작해 기량은 좋아요. 그러나 미국 등 축구 강국의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하면서도 경기에서는 집중력이 대단한 반면 우리 선수들은 자유롭게 해주면 너무 풀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죠.”

충주=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