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레스 흔들기’에 실패한 기아

  • 입력 2004년 10월 8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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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침 묻히지 말란 말이야.”

기아가 0-6으로 뒤진 4회초 공격 1사 1, 2루. 기아 유남호 감독대행과 장채근 배터리 코치가 득달같이 김풍기 주심에게 달려나갔다. 항의의 초점은 두산 투수 레스가 자꾸 손에 침을 묻힌다는 것.

야구규칙 8조2항엔 투수가 지름 5.486m(18피트)의 마운드 원안(원을 벗어나면 상관없음)에서 입에 손을 가져갈 수 없게 돼 있다. 이를 위반한 게 바로 공에 침을 묻혀 던지는 ‘스핏볼(Spitball)’.

좌완 레스는 습관이 된 듯 마운드에서 심판이나 포수로부터 공을 건네받기 전 왼손에 침을 묻혔다. 기아의 어필에 즉각 심판진은 레스에게 다가가 주의를 줬다.

기아 벤치가 평상시 같았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레스의 행동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레스 흔들기’ 작전. 3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레스의 신경을 건드려 경기 흐름을 뒤바꿔 보려는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이 작전이 주효했는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레스는 손지환과 박재홍에게 안타를 맞고 4회에만 3점을 내줬다.

하지만 레스의 흔들림은 여기까지였다. 침착함을 되찾은 레스는 5, 6, 7회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기아 코칭스태프의 의도는 적중했지만 결국 공을 때려내는 것은 벤치가 아니라 타자들이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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