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예고를 앞두고 김평호씨(전 두산코치)를 비롯한 삼성 전력분석팀은 노심초사했다. 2차전 선발이었던 정민태 대신 루키 오재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바뀌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
삼성 전력분석팀이 오재영을 가장 두려운 존재로 여긴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 박한이 양준혁 강동우 등 좌타라인이 중심이 된 삼성 타선이 왼손투수에 철저히 약하기 때문. 이는 레스 때문에 고전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증명됐다.
두 번째는 삼성 전력분석팀이 현대 투수진 가운데 구위가 가장 뛰어나고 까다로운 선수로 판단했던 투수가 바로 오재영. 경험 면에선 정민태와 비교가 안 되지만 19세의 ‘영건’ 오재영은 올해 데뷔하자마자 10승을 따낼 정도로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고 특히 삼성과의 경기에선 4차례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 3.57로 현대 선발 중 가장 나은 성적을 거뒀다.
아니나 다를까. ‘이름값’보다 ‘내실’을 중요시한 현대 김재박 감독은 삼성의 우려대로 정민태 대신 과감하게 ‘오재영 카드’를 뽑아들었고 이 ‘도박’은 5차전에서 100% 적중했다. 반면 포스트시즌 내내 위태위태하던 호지스를 그대로 선발로 낸 김응룡 감독은 실패.
대구에서 “앞으로 선발진의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대로 간다”고 연막을 피웠던 김재박 감독은 0-0으로 접전을 펼친 4차전에서도 오재영만은 끝내 투입하지 않아 진작에 선발 교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누가 ‘여우’ 아니랄까봐….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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