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여우 김재박의 ‘깜짝 선발카드’

  • 입력 2004년 10월 28일 0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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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오재영이 나오지 말아야 되는데….”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예고를 앞두고 김평호씨(전 두산코치)를 비롯한 삼성 전력분석팀은 노심초사했다. 2차전 선발이었던 정민태 대신 루키 오재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바뀌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

삼성 전력분석팀이 오재영을 가장 두려운 존재로 여긴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 박한이 양준혁 강동우 등 좌타라인이 중심이 된 삼성 타선이 왼손투수에 철저히 약하기 때문. 이는 레스 때문에 고전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증명됐다.

두 번째는 삼성 전력분석팀이 현대 투수진 가운데 구위가 가장 뛰어나고 까다로운 선수로 판단했던 투수가 바로 오재영. 경험 면에선 정민태와 비교가 안 되지만 19세의 ‘영건’ 오재영은 올해 데뷔하자마자 10승을 따낼 정도로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고 특히 삼성과의 경기에선 4차례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 3.57로 현대 선발 중 가장 나은 성적을 거뒀다.

아니나 다를까. ‘이름값’보다 ‘내실’을 중요시한 현대 김재박 감독은 삼성의 우려대로 정민태 대신 과감하게 ‘오재영 카드’를 뽑아들었고 이 ‘도박’은 5차전에서 100% 적중했다. 반면 포스트시즌 내내 위태위태하던 호지스를 그대로 선발로 낸 김응룡 감독은 실패.

대구에서 “앞으로 선발진의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대로 간다”고 연막을 피웠던 김재박 감독은 0-0으로 접전을 펼친 4차전에서도 오재영만은 끝내 투입하지 않아 진작에 선발 교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누가 ‘여우’ 아니랄까봐….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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