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밤비노 작별윙크’… 86년만에 저주 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13분



무려 3만1459일이나 걸린 길고 험한 여정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은 기쁨은 너무도 컸다.
우승을 확정짓는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더그아웃에 있던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은 운동장으로 달려 나와 서로 얼싸안으며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그 무엇으로도 승리의 환희를 다 표현하기는 어려웠으리라. 지긋지긋한 ‘밤비노의 저주(강타자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팔아넘기면서 1918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보스턴은 28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원정경기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4연승. 1918년 이후 86년 만의 월드시리즈 정상 복귀. 보스턴은 1946년과 1967, 1975, 1986년 4차례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모두 3승4패로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은 끝에 통산 6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보스턴의 매니 라미네스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의 영광을 안았다.
보스턴이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18년 선수들의 모습. AP 연합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100년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3연패 뒤 4연승의 기적을 이룬 보스턴에는 올 정규리그 최고 승률을 거둔 최강 세인트루이스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날도 조니 데이먼이 1회 선제홈런을 날린 것을 포함해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1∼4차전을 치르면서 모두 1회 득점에 성공하며 한 차례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는 완승을 거뒀다.
발목 부상에도 ‘핏빛 투혼’을 발휘한 ‘우승 청부사’ 커트 실링은 “위대한 보스턴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외계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모국 도미니카공화국 국기를 흔들어댔고 챔피언십시리즈 4, 5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2경기 연속 끝내기 홈런과 안타를 쳐낸 데이비드 오티스는 큰 덩치로 덩실덩실 춤을 췄다.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은 “오늘 우승을 보스턴의 과거와 현재에 몸담았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겠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흥겨운 우승 파티가 이어지는 동안 하늘에선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일어났다. 점점 사라지는 달빛 너머로 베이브 루스의 저주도 사라졌다.
한편 세인트루이스에서 1600여km 떨어진 보스턴 시내도 열광에 빠졌다. TV로 지켜보던 팬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성을 올렸고 차량들의 축하 경적 소리가 메아리쳤다.




보스턴 월드시리즈 도전사
연도월드시리즈전적비고
1903보스턴-피츠버그5승3패우승
1912보스턴-뉴욕 자이언츠4승3패우승
1915보스턴-필라델피아4승1패우승
1916보스턴-브루클린 다저스4승1패우승
1918보스턴-시카고 컵스4승1패우승
1946세인트루이스-보스턴3승4패준우승
1967세인트루이스-보스턴3승4패준우승
1975신시내티-보스턴3승4패준우승
1986뉴욕 메츠-보스턴3승4패준우승
2004보스턴-세인트루이스4승우승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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