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버디 퀸’화려한 가을파티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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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이 18번홀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고국 무대 첫 우승인데다 올 4월 우승 이후 6차례 준우승에 머문 끝에 오른 정상이어서 기쁨이 두배. 제주=연합
박지은이 18번홀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고국 무대 첫 우승인데다 올 4월 우승 이후 6차례 준우승에 머문 끝에 오른 정상이어서 기쁨이 두배. 제주=연합
‘나인브릿지’의 마지막 다리(브리지)를 건너가는 그녀의 모습은 도도하고 아름다웠다.

갤러리들의 열렬한 박수갈채 속에 사뿐사뿐 다리를 건너 아일랜드홀인 18번홀(파5) 그린 위에 올라선 주인공은 1.5m짜리 버디 퍼트 성공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올해 준우승 6차례의 불운을 털어버리고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 이후 7개월여 만에 거둔 시즌 2승. 기다리던 고국 무대 첫 우승인 데다 데뷔 이래 해마다 1승씩밖에 올리지 못한 징크스도 벗어 던진 소중한 우승이었다.

‘버디퀸’ 박지은(나이키골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 챔피언이 됐다.

31일 제주의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 버디 8개, 보기 1개로 7타를 줄인 박지은은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세계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과 카린 코크(이상 스웨덴)를 5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작년 안시현(코오롱엘로드)이 세운 대회 최소타 기록(12언더파 204타)을 4타나 줄인 신기록.

박지은은 3번홀에서 승부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드라이브샷 뒤 안전하게 숲으로 된 계곡 앞에 떨어지는 아이언샷으로 레이업했지만 박지은은 3번 우드를 잡고 이 계곡을 넘겼다. 남은 거리는 불과 50∼60야드. 로브웨지를 잡은 박지은은 핀 1.5m에 붙인 뒤 첫 버디를 낚아 내며 버디 행진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박지은은 18개 홀을 도는 동안 핀 3m 이내에 붙인 게 무려 14차례에 달할 정도로 신기의 샷 감각을 선보였다.

우승상금 20만2500달러를 더해 투어 상금랭킹 4위에서 2위(142만9338달러)로 올라선 박지은은 그린재킷 대신 빨간색 저고리와 청색 치마로 된 예쁜 한복을 입고 시상대에 올라 많은 박수를 받았다.

순위선수스코어
박지은-16200(66-69-65)
소렌스탐-11205(71-67-67)
코크-11205(66-72-67)
장 정-10206(70-68-68)
안시현-10206(68-69-69)
김 영-9207(69-73-65)
강수연-8208(71-66-71)
박세리-7209(72-66-71)
○21김주미-4212(68-76-68)
○33송보배-2214(76-71-67)

○“데뷔 첫승보다 기뻐”

―소감은….

“2000년 미국 LPGA 투어에 입문한 이후 시즌 2승은 처음이다. 또 한국에서 첫 우승 아닌가. 데뷔 첫승을 거뒀을 때보다 더 기쁘고 행복하다.”

―아이언샷 감각이 뛰어났는데….

“오늘처럼 잘 맞은 날은 처음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4주 전 나이키 NDS아이언으로 바꿨는데 이후 준우승 두 번, 우승을 한 번 했으니 클럽하고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준우승만 6번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잘 쳐서 준우승을 한 거고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홀수를 좋아한다. 앞으로 1승을 더 보태 3승을 달성하고 싶다.”

―시상식에서 한복을 입은 소감은….

“지난해 12월 31일 제야의 종을 칠 때 한복을 입은 이후 처음인데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마가 넓어서(웃음). 더 여성스러워지는 것 같다.”

제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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