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는 그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는 이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꼭 그럴까. 많은 야구인들이 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다른 평가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 삼성 프런트가 어떤 곳이었나. 1990년 정동진 감독은 정규시즌 4위에 그쳤지만 빙그레와의 준플레이오프와 해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연승을 거뒀다. 비록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선 4연패로 물러났지만 포스트시즌을 통해 팀을 준우승까지 끌어올린 것. 그러나 삼성은 끝내 정 감독을 버렸다.
이 논리대로라면 김 감독은 삼성 첫해인 2001년 두산에 첫 좌절을 맛봤을 때 ‘문책’을 당했어야 했다. 약체로 평가됐던 두산에 2승4패로 어이없는 역전패를 했으니까.
그뿐인가. 2002년에도 삼성은 6차전 3점차로 뒤지던 9회말 이승엽의 동점포와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지 않았다면 우승컵을 LG에 넘겨줬을 가능성이 컸다. 승장 김응룡 감독보다 패장 김성근 감독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걸 봐도 그렇다.
야구계에선 이제 김 감독의 작전 능력은 물론 그의 특기였던 선수단 장악력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다는 이가 상당수다. 현대 김재박 감독과 맞붙은 올 한국시리즈에선 삼성 벤치의 허점이 더욱 눈에 띄었다. 제대로 됐다면 삼성이 4승2패로 6차전에서 끝냈어야 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김 감독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다. 그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삼성 프런트가 김 감독과 5년 계약한 뒤 한번도 토를 달지 않은 것은 그의 카리스마를 짐작게 한다. 이것만 해도 그의 대단한 능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삼성 야구가 앞으로 계속 이래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승엽도 없고 마해영도 떠난 삼성엔 해태 시절 김 감독을 최고의 용장으로 만들어준 용맹한 호랑이는 더 이상 없다. 선동렬 수석코치의 영입과 함께 방망이에서 마운드의 팀으로 변신한 삼성. 팬들은 김 감독이 남은 1년의 재임기간 중 올해의 패배를 거울삼아 삼성을 다시 한번 새롭게 변신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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