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챔피언 김자인(16·일산동고 1년·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그는 13일 체코 브르노에서 열리는 국제산악연맹(UIAA)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10일 출국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152cm의 키에 체중 45kg. 그는 이 작은 몸으로 지난달 31일 전남 영암 암벽등반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스포츠클라이밍선수권대회 난이도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다.
12m 이상 높이의 인공암벽을 직접 로프를 걸어가며 홀드(인공손잡이)를 잡고 올라가는 난이도 경기에서 그동안 아시아 최강은 고미영(37·코오롱스포츠). 그러나 1997년부터 6차례나 우승을 휩쓸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21세나 어린 김자인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아시아를 제패한 김자인은 이제 세계 정상 등극을 꿈꾼다. 브르노 월드컵 출전은 그 도전의 무대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유럽이 강세. 랭킹 50위 안에 아시아 선수는 고미영(30위)과 김자인(37위)을 포함해 4명뿐이다.
김자인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3번째. 처음 출전한 7월 프랑스 샤모니대회에선 45명 참가 선수 중 41위에 그쳤지만 두 번째인 9월 중국 상하이대회에선 무려 34계단이나 뛴 7위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김자인이 스포츠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0년 여름방학 때. 산악인인 어머니 이승형씨(46)의 영향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한 오빠 자하(20·숭실대) 자비(17·일산동고 3년)를 따라 재미삼아 체력테스트를 받았는데 오빠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말을 들은 것. 스포츠클라이밍계에선 이들을 ‘스파이더 3남매’라고 부른다.
대한산악연맹 심판인 어머니 이씨는 “자인이는 매일 방과 후 4시간씩, 방학 때는 하루 7시간이나 인공암벽에 매달려 있다”며 “보약을 해 주려고 해도 싫다며 김치찌개만 찾는다”고 말했다. 즐겨 먹는 것은 딸기 정도. 얼굴에도 딸기 표면처럼 주근깨가 가득해 별명이 ‘딸기공주’다.
스포츠클라이밍 여성선수의 이상적인 체구는 키 161∼162cm에 체중 45kg. 김자인은 1년 새 키가 1cm밖에 안 자라 걱정이다. 하지만 김자인을 지도하고 있는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이재용 팀장(33)은 “자인이는 키가 작지만 팔다리가 길어 홀드 간격이 넓은 구간에서 유리한 데다 몸을 웅크려야 하는 구간에선 오히려 키 작은 게 장점이 된다”며 “배우는 속도가 워낙 빨라 세계 상위 랭킹 진입이 멀지 않았다”고 장담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스포츠클라이밍
건물 내부와 외벽 또는 구조물에 발 디딤과 패널 등을 부착한 인공암장을 오르는 레저 스포츠. 자연 암벽등반에 비해 안전할 뿐만 아니라 날씨와 계절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 국제 규격의 인공암벽은 높이가 11m 이상. 별다른 장비는 필요 없지만 암벽화, 마찰력을 높여주는 초크(탄산마그네슘가루), 초크백 등은 필수. 루트와 난이도는 인공 홀더(손잡이)의 위치로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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