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천수 자신있게 찬다, 그래서 믿는다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16분


“프리킥을 제가 안차면 누가 차죠?”

“욕심을 버리고 팀플레이를 해야죠. 물론 골을 넣으면 신문 1면을 장식할 수는 있지만…. 2006 독일 월드컵에 나가야 우리 몸값도 올라가는 것 아니겠어요? ㅎㅎ.”

당돌한 말투에 거침없는 플레이. 그가 있어 팬들은 즐겁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이천수(23·스페인 누만시아).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축구의 엘도라도’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있는 그는 자신감 하나로 산다. 2006독일월드컵 지역예선을 위해 귀국한 그를 16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났다.

“스페인 생활은 행복해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어떤 선수든 만나는 순간 친구가 돼요. 손짓 발짓이 있거든요. 제가 스페인어 못한다고 걱정할 성격도 아니잖아요.” 올 시즌 레알 소시아드에서 누만시아로 임대됐지만 그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아직 스페인 무대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골대만 안 맞히면 되는데(최근 두 번이나 골대 맞힘)…. 고사라도 지내야 할까 봐요. 하지만 이젠 볼이 골네트를 가를 차례겠죠”란다.

그는 대표팀에서 경기 때나 훈련 때 프리킥을 도맡아 찬다. 다른 선수에겐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한다. “제가 차야 골이 들어가죠. 제가 하도 나서니까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님도 뭐라고 안 해요. 가끔씩 멋진 골도 넣잖아요.”

무엇보다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말로만 그치지 않기 때문. 그는 올해 올림픽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오가며 위기의 순간마다 한국 축구를 구했다. 9월 8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베트남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2-1 승리를 주도했고 올림픽 최종예선인 3월 17일 이란 원정경기에서도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중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볼을 쫓는 그는 대표팀의 활력소다.

이천수의 소속팀 연고지인 소리아시는 그를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주전으로 자리 잡은 그를 ‘누만시아의 스타’로 인정한 것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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