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버텨. 속도가 떨어지잖아. 더 힘껏 밟아.” 박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선수들의 얼굴은 어느새 땀범벅이 됐다. 여기저기서 ‘으윽’ 하는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날은 선수들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구타 파문이 불거진 지 꼭 2주째 되는 날. 최광복 김소희 전 코치는 물러났다. 후임인 박 코치 아래서 훈련을 재개한 지 8일째. 전재목 코치(31)는 이날 미국에서 날아와 합류했다.
“굉장히,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선수들에 대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요.” 박 코치는 대한빙상연맹에서 대표팀 코치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고 했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구타 파문을 마무리하는 책임까지 져야 하기 때문.
이번 일로 선수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그 응어리를 풀어 주기 위해 박 코치는 훈련 시작 전 우스갯소리를 한 가지씩 한다. 주로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유행어를 섞은 농담이다. 선수들은 이제 휴대전화도 자유롭게 하고 훈련이 끝나면 채팅도 할 수 있다. 대신 새벽과 야간 훈련을 추가해 훈련 횟수는 늘어났다.
그래도 선수들은 불만이 없다. 최은경은 “구타사건의 파문이 커져 쇼트트랙 전체가 비난을 받은 것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열심히 하자고 선수들끼리 다짐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여자선수들이 통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자주 웃더라고요.” 남자 쇼트트랙대표팀 이승재(서울대)의 말이 달라진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이번 일로 체벌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나도 현역선수로 뛸 때 체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지도자를 시작하면서도 어느 정도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코치는 “때리지 않아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훈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유도하느냐를 놓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수연은 “우리도 다 큰 어른이다. 엄격한 통제가 없으면 해이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노파심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선수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제 코치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것만으로도 많이 달라진 셈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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