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남자배구의 지존 삼성화재를 꺾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명세터 출신의 김호철 감독을 영입하고도 2004V투어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현대캐피탈은 2005시즌을 기약하며 1년간 절치부심했다. 최근 이탈리아로 장기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이만하면 삼성화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르익을 무렵 21일 여수에서 열린 한국배구최강전에서 다시 삼성화재와 대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0-3의 완패를 당한 것.
경기를 마치고 용인 숙소로 돌아오는 5시간 내내 김 감독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한 뒤 마침내 한마디를 툭 던졌다. “모두 체육관에 집합하라”는 것. 지난 시즌 성적이 안 좋았을 때 영하의 기온에도 체육관 앞 호수에 뛰어들어 정신무장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 선수들은 순간 사색이 됐다.
하지만 막상 선수들 앞에 선 김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질책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신 “수고했으니 사흘간 쉬다 돌아오라”는 얘기였다.
선수들은 말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모두 머리를 짧게 깎은 모습으로 24일 밤 팀에 복귀했다. 감독과 선수들이 한마음이 된 순간이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