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현대캐피탈 ‘감사의 삭발결의’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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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배구선수들이 머리를 바짝 깎았다. 삭발은 아니지만 윗부분만 조금 남겨놓은 스포츠형 머리다.

사연은 이렇다. 남자배구의 지존 삼성화재를 꺾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명세터 출신의 김호철 감독을 영입하고도 2004V투어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현대캐피탈은 2005시즌을 기약하며 1년간 절치부심했다. 최근 이탈리아로 장기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이만하면 삼성화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르익을 무렵 21일 여수에서 열린 한국배구최강전에서 다시 삼성화재와 대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0-3의 완패를 당한 것.

경기를 마치고 용인 숙소로 돌아오는 5시간 내내 김 감독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한 뒤 마침내 한마디를 툭 던졌다. “모두 체육관에 집합하라”는 것. 지난 시즌 성적이 안 좋았을 때 영하의 기온에도 체육관 앞 호수에 뛰어들어 정신무장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 선수들은 순간 사색이 됐다.

하지만 막상 선수들 앞에 선 김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질책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신 “수고했으니 사흘간 쉬다 돌아오라”는 얘기였다.

선수들은 말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모두 머리를 짧게 깎은 모습으로 24일 밤 팀에 복귀했다. 감독과 선수들이 한마음이 된 순간이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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