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친구 몫까지 열심히 뛸게요.”... 홍명보 축구클리닉

  • 입력 2004년 11월 28일 18시 29분


강민우(가운데)와 정지환이 홍명보(왼쪽)의 지도를 받으며 공을 차고 있다. 강군은 지난해 3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합숙소 화재 사고로 동생을 잃었다. 정군은 화재사고로 다친 동생 한호와 함께 축구 클리닉에 참가했다. 김미옥기자
강민우(가운데)와 정지환이 홍명보(왼쪽)의 지도를 받으며 공을 차고 있다. 강군은 지난해 3월 천안초등학교 축구부합숙소 화재 사고로 동생을 잃었다. 정군은 화재사고로 다친 동생 한호와 함께 축구 클리닉에 참가했다. 김미옥기자
“오랜만에 봤는데 다들 키도 크고 건강하고 밝은 표정이라 기쁘네요. 지환이는 콧수염도 생겼더라고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5·전 LA갤럭시)의 ‘축구 클리닉’이 열린 28일 서울 만리동 손기정 체육공원. 홍명보의 시선은 내내 공을 차는 44명 중 세 명에게 가 있었다. 지난해 3월 9명이 숨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합숙소 화재 사건 때 친구와 후배를 잃은 정지환(연무중 2년), 한호(성거초 4년) 형제와 강민우군(대화중 2년)이다.

클리닉은 포지션별로 기본기를 배운 뒤 8명씩 조를 나눠 미니게임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됐다. 지환 한호 형제가 같은 팀, 민우는 다른 팀. 공을 쫓는 이들의 얼굴에선 지난해 아픔의 그림자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당시 화재 현장에 있었던 한호군은 양쪽 다리에 화상을 입었고, 건강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올해 초 학교를 옮겨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형 지환군도 천안초교 축구부 출신. 동생의 사고 때문에 축구 포기까지 생각했다가 홍명보와의 인연으로 다시 축구의 꿈을 살렸다. 지난해 6월 홍명보의 초청을 받아 민우군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것. 그는 “그때 아저씨가 운동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역시 천안초교 축구부 출신인 민우군은 사고 때 동생 민수를 잃었다. 사고 직전 학교에서 동생에게 과자를 사준 것이 동생과 보낸 마지막. 그는 “동생과 후배들 몫까지 하고 싶다”며 축구에 열심이다.

이날 클리닉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은 한호군은 유독가스를 마시는 바람에 상한 폐가 완전히 낫지 않아 쉰 목소리로 “좋아하는 홍명보 아저씨도 만나고 축구 기본기도 배워 좋았다”며 콧물을 훌쩍거렸다.

홍명보 장학재단은 지난해 6월부터 이들 3명에게 축구용품과 학비 등을 후원해오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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