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복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임시 사령탑에 오른 김학범 감독대행(44·사진)은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그는 1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타하드에 0-5로 참패한 뒤 차 감독이 사퇴하는 바람에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러나 구단은 14일 시작되는 FA(축구협회)컵대회 이후에 감독계약을 하자고 했다. FA컵 성적에 따라 ‘대행 딱지’를 뗄 수도 있고 못 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김 감독대행은 요즘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선수 조련에 여념이 없다. “FA컵 끝나고 보자”는 구단의 방침에 내심 기분이 좋지 않지만 실력으로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팀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올해 A3대회, K리그 컵대회 우승과 AFC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의 수확을 거뒀지만 1군 선수들이 49경기의 강행군을 치러 피로가 누적된 상태.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귀국한 것도 전력 정비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구단에는 김 감독대행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인 셈.
김 감독대행은 사실상 성남의 사령탑이나 마찬가지였다. 1998년 가을 차 감독과 함께 성남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2001년부터 K리그에서 3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등 큰 역할을 해왔다.
그는 1996애틀랜타올림픽 대표팀에서 코치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을 보좌하면서 선진 축구에 대한 이해를 넓혀온 ‘학구파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99년부터 매년 말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브라질 등 축구선진국에 유학하면서 쌓은 축구이론과 실전전술을 접목시켜 성남 코칭스태프의 ‘브레인’역할을 담당해 일찌감치 ‘포스트 차경복’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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