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프로축구단의 단장은 “국내 프로축구가 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것. 프로축구 핵심 관계자의 위기의식이 이 정도니 올 한해 동안 이를 지켜본 팬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언제 경기가 열리는지 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누더기 일정’과 시즌 내내 이어진 용병비리에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연맹 집행부와 팬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 빈약한 마케팅도 팬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만든 요인.
올 시즌 프로축구의 출발은 장미빛이었다. FC서울이 최대 시장인 서울시대를 열었고 차범근(수원 삼성), 이장수(전남 드래곤즈) 등 스타 감독들이 프로 사령탑에 오르며 ‘제2의 프로축구 붐’이 예상됐다.
하지만 초반부터 터진 용병비리는 프로축구계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결국 시즌 막판까지 망령처럼 따라다니다 현직 코치 등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 10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추가 수사결과에 따라 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팬들의 기대에 못미쳤다. 올 시즌 K리그는 모두 160경기에서 299골로 경기당 1.87골(2003시즌 2.6골)의 골 가뭄을 겪었다. 또 토종 스타의 부재 속에 용병 골잡이들이 골을 독식한 것도 관심을 반감시킨 요인. 정규리그 득점랭킹 10위내에 이름을 올린 토종 스타는 우성용(10골·4위·포항 스틸러스)과 김은중(8골·5위·FC서울) 단 2명뿐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이 내년 시즌부터 용병 보유 한도를 5명에서 4명으로 줄여 국내 선수들을 키우기로 뜻을 모은 것은 그나마 다행.
관중수도 올 한해 242만9422명이 경기장을 찾아 지난 시즌(244만8868명)보다 줄었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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