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명예의 전당 갈땐 어떤 유니폼 입지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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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다. 이날 삼성은 사상 최초로 1루, 2루, 3루, 유격수의 내야 전 부문을 석권했다. 유격수 부문 수상자인 자유계약선수(FA) 박진만이 현대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바람에 진기록이 만들어진 것.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 기록은 허점투성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가 시즌을 마친 뒤 이적할 경우 개인 기록은 전 소속팀 것으로 인정하지만 골든글러브만은 현 소속팀에서 받도록 하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1993년 겨울 현 두산 코치인 OB 외야수 김광림이 쌍방울로 트레이드됐을 때 처음 나왔다. FA 제도가 생기기 훨씬 전인 시절에 황금장갑을 수상한 스타가 시즌이 끝나자마자 팀을 옮긴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때가 유일했다. 당시 KBO는 명확한 규정을 만들지 않은 채 1년 내내 OB 유니폼을 입고 뛴 김광림을 한 순간에 쌍방울 선수로 둔갑시켰다.

이 논리라면 일본행이 확정된 채 시상식조차 불참했지만 올해 외야수 황금장갑을 낀 현대 브룸바는 오릭스 소속이거나 무적선수라야 맞다. 1999년 시즌을 마친 뒤 롯데의 구애를 뿌리친 호세도 마찬가지 경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야구계의 숙원인 명예의 전당이 세워질 경우 논란은 더욱 심해질 게 분명하다.

김응룡 삼성 사장과 선동렬 삼성 감독이 해태가 아닌 삼성 소속이 되고 이승엽이 일본 롯데에서 돌아와 삼성이 아닌 다른 팀으로 옮겨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다면 팬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참고로 메이저리그는 명예의 전당 회원이 여러 팀을 거쳤을 경우 스스로 팀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보스턴에서 데뷔해 토론토, 양키스를 거쳐 고향 팀 휴스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로저 클레멘스가 은퇴 후 어떤 팀을 선택할지는 4팀 팬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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