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과 1991년 프로축구 득점왕 출신인 이기근 경기 양평군 개군중 감독이 말하는 득점 노하우다. 이 감독은 “골을 잘 넣는 비법은 결국 실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라며 “실수를 하면 경기가 끝난 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고 말했다. 물론 공격수에게 골 욕심은 기본. 이 감독은 포항제철 선수 시절 투 톱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긍연 선문대 감독과 각각 너무 욕심을 부리다 크게 다툰 적도 있다고 했다.
1989년 득점왕에 올랐던 조 감독 역시 유명한 ‘욕심쟁이’. 조 감독은 “연습이든 실제든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 ‘이번 게임에서 최소한 3골은 넣겠다’는 각오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프로 무대에서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든 해트트릭을 3번이나 했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역대 K리그 득점왕 출신들이 모였다. 박윤기 서울기공 감독(1983년 득점왕)이 주도해 최근 발족한 ‘황금발’ 회원들. 올해를 포함해 역대 득점왕 20명 가운데 외국인 선수(5명)와 해외로 나가 연락이 끊긴 김용세(1985년 득점왕)를 제외한 14명이 회원. 이들은 이날 수원 경수유소년클럽 축구 꿈나무 30명을 상대로 축구 클리닉을 연 것을 시작으로 책자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후배들에게 득점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계획.
이날 행사에 참가한 득점왕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1993년 득점왕 출신으로 일본 고교에서 축구팀 지도를 맡고 있는 차상해 씨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어떻게 공을 잡아 슛으로 연결할지 시간 날 때마다 그려보곤 했다”고 말했다. 김도훈(성남 일화)도 “어떤 상황에서도 슛을 할 수 있으려면 이미지 트레이닝은 필수”라고 동의했다.
윤상철 경신고 감독(1990년, 94년 득점왕)은 침착함과 과감함을 강조했다. 상대 골키퍼, 수비수들의 위치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파악한 상태에서 공을 주시해 발에 정확히 맞힐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침착함이, 수비수가 예측하지 못하는 슛을 날리려면 과감함이 필요하다는 것.
“홈런을 때리듯 공을 차면 정확하지 않다”며 “공의 속도와 무게를 감안해 몸의 무게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번트 대듯 해야 한다”는 것은 박 감독의 말.
황금발 회원들이 밝히는 득점 비결 | ||||
이름 | 현 소속 | 득점왕 시즌 (소속·득점) | 주득점 방법 | 득점 비결 |
박윤기 | 서울기공 감독 | 83년(유공·9골) | 오른발 스핀슛 | 1 대 1 상황에서의 돌파력에 이은 템포 빠른 과감한 슈팅 |
백종철 | 여자대표팀 감독 | 84년(현대·16골) | 모든 부위 | 골 욕심과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성격 |
정해원 |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 86년(대우·10골) | *불참 | |
최상국 | 호원대 감독 | 87년(포항제철·15골) | 오른발 중거리슛 | 볼에 대한 집착력 |
이기근 | 양평개군중 감독 | 88년(12골), 91년(16골·이상 포항제철) | 양쪽 발 |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골을 넣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 |
조긍연 | 선문대 감독 | 89년(포항제철·20골) | 왼발 슛 | 남에게 줘야 할 것도 내가 찰정도의 골 욕심 |
윤상철 | 경신고 감독 | 90년(럭키금성·12골), 94년(LG·21골) | 모든 부위 |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하는 과감한 슈팅 |
임근재 | 보인정보고 감독 | 92년(LG·10골) | *불참 | |
차상해 | 일본 고교팀 감독 | 93년(포항제철·10골) | 헤딩슛 | 큰 키(192cm)와 공이 떨어지는 위치 파악에 대한 감각 |
노상래 | 김희태축구센터코치 | 95년(전남·15골) | 오른발 슛 | 반 박자 빠른 슈팅 |
신태용 | 성남 일화 | 96년(천안·18골) | 모든 부위 | 골키퍼의 위치를 항상 머릿속에 그리고 공을 끝까지 본다 |
김도훈 | 성남 일화 | 2000년(전북·12골), 2003년(성남·28골) | 오른발슛 | 언제든 슈팅할 수 있는 준비 태세 |
수원=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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