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까지 미룬 지난날들…. 그동안 얼마나 얻어맞고 또 뛰어야 했던가. 300라운드의 스파링과 1500km의 로드워크를 소화해 냈다. 한창 자신을 꾸밀 나이인 또래들과는 정반대의 삶. 여자의 몸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온몸엔 피멍이 선연했다.
이 모든 고난을 한순간에 날려 보냈다.
19일 사상 최연소 여성 챔프에 등극한 ‘얼짱 복서’ 김주희(18·거인체육관). 그는 경기 성남시 신구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주니어플라이급(48.98kg 이하) 세계 챔피언 결정전에서 멜리사 셰이퍼(26·미국)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3-0(100-90, 99-91, 100-89)의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김주희는 국내 복서로는 플라이급 전 챔피언 이인영(33)에 이어 두 번째이자 세계 최초의 10대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 9전 7승(3KO) 1무 1패. 1패는 고교 2년 때인 2002년 11월 이인영과의 플라이급 국내 챔프전에서 당한 것이다. 전승가도를 달렸던 셰이퍼는 8승(5KO) 1패.
상대보다 4cm 더 큰 키(160cm)와 긴 팔, 빠른 발의 삼박자를 이용한 날카로운 왼손 잽을 앞세운 김주희는 초반부터 셰이퍼의 안면을 집중 공격해 승기를 잡았고 셰이퍼가 3회 이후 코피를 흘리며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하며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눈물을 펑펑 흘린 김주희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뤄 너무 기쁘다”며 “이젠 얼짱보다 실력짱으로 불러 달라”고 말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셰이퍼의 트레이너로 온 입양아 출신 킴 메서는 “김주희는 정말 대단한 복서다. 그 정도의 스피드와 힘이라면 세계 챔피언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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