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58)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황태자’ 이동국(25·광주 상무). 그는 본프레레 감독을 만난 것을 ‘로또당첨보다 더한 행운’이라고 표현한다. 2002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후 술로 쓰린 속을 달래야 했던 그는 다시 그라운드에 서게 된 계기로 군 입대와 본프레레 감독과의 만남을 꼽는다.
21일 FA컵축구대회 부천 SK전을 끝으로 군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 그는 “상무 유니폼을 입으며 정신을 차렸고 본프레레 감독 밑에 들어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끝났다”는 손가락질을 받다가 6월 본프레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10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공격의 핵으로 떠올랐다. 또 고질이던 무릎과 발목 부상까지 씻은 듯이 나았다니 그야말로 감독과 궁합이 맞는다는 얘기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4강 신화까지 쓴 한국 축구. 그 배경에는 찰떡궁합의 감독과 슈퍼스타가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첫 찰떡궁합은 김정남 현 울산 현대 감독(61)과 허정무 전남 드래곤즈 감독(49). 허 감독은 “당시 나는 30세로 한물간 선수였다. 그런 나를 선뜻 주전으로 기용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겨준 김 감독님을 위해 몸을 바쳐 뛰었다”고 털어놨다.
멕시코 월드컵을 한 해 앞두고 열린 아시아지역예선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은 5차례나 개편될 만큼 흔들렸으나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본선 티켓이 걸린 일본과의 최종 2차전에서 허 감독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58·아인트호벤 감독)은 박지성(23·아인트호벤)과 궁합이 맞는다. ‘히딩크 호’가 출발한 2001년 1월 20세의 무명선수였던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을 만나며 만개했다. 포르투갈과의 예선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한국의 16강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해 낸 주인공이다.
평발에 체력까지 달렸던 박지성은 후에 “나를 믿어준 히딩크 감독을 위해 걷지도 못할 정도로 발이 아픈데도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런 박지성을 히딩크 감독은 지금도 “금쪽같은 내 새끼”라며 같은 아인트호벤 팀에서 품에 안고 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114km짜리 캐넌포를 성공시켜 이회택(58·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감독의 체면을 살려준 황보관(39·오이타 트리니타 감독)이나 1994 미국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날쌘돌이’ 서정원(34·수원)과 김호 당시 대표팀 감독(60)도 궁합이 맞았던 케이스.
그 반대도 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7골을 넣으며 ‘차범근 사단’의 황태자로 떠올랐던 최용수(31·교토 퍼플상가)는 정작 본선 첫 경기인 멕시코전에서는 선발에서 탈락해 궁합이 깨졌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차범근 감독(50·수원 삼성 감독)은 멕시코와 네덜란드에 연패하며 대회 도중 경질되는 시련을 맞았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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