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가 큰일을 해 냈다. 데뷔 무대에서 정상에 오르는 ‘작은 기적’을 연출한 것.
김승환 궈팡팡 부부는 26일 충북 음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8회 종합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에서 최현진(농심삼다수)-고소미(대한항공) 조에 3-2(8-11, 12-10, 2-11, 11-6, 11-9)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김승환과 궈팡팡은 2000년 7월 베트남오픈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오다 올 2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궈팡팡이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 그동안 국내 대회 개인전 참가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대한탁구협회가 이번 대회 개인전 출전을 허용하면서 한국 최초의 부부 혼합 복식조가 탄생한 것.
김-궈 조는 8강에서 삼성생명의 김건환-문현정 조에 3-2 역전승을 거둔 뒤 4강 상대 김봉철(농심삼다수)-전혜경(대한항공) 조마저 3-2로 따돌리고 결승에 올라 최현진-고소미 조와 마주했다.
첫 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김-궈 조는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상황에서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남편 김승환이 공격 기회를 만들고 궈팡팡이 날카로운 스매싱으로 착실히 득점해 4, 5세트를 연속으로 따냈고 결국 경기를 뒤집었다.
김승환은 “우승이 잘 믿기지 않는다”며 “오늘 첫 경기(8강전)부터 매 경기 고비가 있었지만 팡팡이가 힘을 북돋워 줘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아내에게 공을 돌렸다.
김승환은 “대회를 앞두고 5번 정도 연습한 것이 전부인데, 역시 부부라 그런지 호흡이 척척 맞았다. 평소와 달리 나는 리시브에서 거의 실수가 없었고, 팡팡이는 스매싱에서 이상하리만치 실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부부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부로서 찰떡 콤비를 과시한 이들은 각기 따로 나선 복식경기에서는 힘을 못 썼다. 궈팡팡은 동료 김숭실과 호흡을 맞춘 여자복식에서는 8강 상대 이은실-문현정(이상 삼성생명) 조에 0-3으로 졌고, 김승환도 동료 김상수와 남자복식에 출전해 1회전(32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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