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하승진 부상… NBA 데뷔전 연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에 입단한 하승진(19·223cm·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계약 다음날인 28일 홈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의 경기에서 NBA 데뷔전을 치를 꿈에 부풀어 있었으나 경기에 앞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전날 훈련을 하다 허리를 약간 삐끗했기 때문.

얼음찜질과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하승진은 현지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연습 때 약간 긴장한 것 같다”면서 “부상이 심하지 않아 당장이라도 뛸 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포틀랜드 구단은 무리해서 뛸 필요가 없어 5경기 정도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새해 1월 8일 샤킬 오닐이 버티고 있는 마이애미 히트전에서 첫 출전을 기대해 보게 됐다.

부상자로 등록된 하승진은 NBA 규정에 따라 이날 벤치 대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비록 뛰지는 못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플레이를 보며 NBA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듯하다.

경기 후 하승진은 “처음이라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게임이 무척 빠르고 센터도 잘 뛰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현지 보도를 보면 하승진의 이름 앞에는 ‘7-foot-3(223cm)’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NBA에서 세 번째로 큰 키가 물론 자신의 최대 무기지만 스피드가 떨어져서는 탄력이 뛰어난 센터들과 맞설 수 없다. 하승진은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이 아쉬운 듯 “컨디션 유지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NBA 출신인 국내 프로농구 TG삼보 존 제이 험프리스 코치는 “하승진이 초반에 어떤 인상을 남겨주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NBA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선수를 요구한다는 것.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농구 9단’ 허재는 “나이가 어린 만큼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배워 나가야 한다. 빠른 공수 전환을 소화해야 하고 공격보다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승진은 포틀랜드에 입단하면서 ‘베스트 5’가 되고 싶다는 뜻으로 등번호 5번을 선택했다. 주전 자리 확보를 향한 하승진의 서바이벌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편 이날 포틀랜드는 앨런 아이버슨(28득점)을 앞세운 필라델피아에 104-111로 패했다. 또 갈비뼈 부상으로 보호대를 차고 나온 오닐이 31득점, 7리바운드를 올린 마이애미는 애틀랜타 호크스를 116-102로 꺾고 팀 사상 최다인 12연승을 질주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