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병들기 딱좋은 직업, 야구감독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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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터를 잘못 잡았나?”

요즘 한화 관계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한탄이다. 한화는 신임 김인식 감독이 오른손과 다리 마비증세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거동에는 큰 불편이 없을 만큼 병세가 호전됐지만 재활치료를 위해 해를 넘겨 내년 초쯤 퇴원할 예정이다.

마침 시즌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해도 6일 입원했으니 근 한 달 동안 사령탑의 공백이 생기는 셈. 야구계 최고의 덕장이자 소문난 마당발로 오는 사람 마다하지 않다 보니 자신을 돌보는 데 소홀했던 탓이다.

한화에 탈이 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현 성남고 감독인 이희수 씨는 1999년 한화에 창단 후 첫 우승을 안겼지만 시즌 중반 생긴 오른쪽 귀밑 악성 종양 때문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우승 감독이었음에도 2000년 시즌을 마치고 재계약을 못한 것은 건강상 이유에서다.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광환 현 LG 2군 감독은 지병인 치통 때문에 치과로 출퇴근하다시피 했다. 투수 출신인 김인식 감독 역시 이가 좋지 않아 틀니를 하고 있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올 3월에는 황경연 단장이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부드러운 성품이 돋보였던 고인이었다.

한화가 유난히 이런 일을 자주 겪어서 그렇지 야구인들의 질병은 한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1985년에는 삼성 초대감독이었던 서영무 OB 관리이사가 뇌중풍으로, 1991년에는 임신근 쌍방울 코치가 심장마비로, 1997년에는 김동엽 전 MBC 감독이 돌연사로, 2001년에는 김명성 롯데 감독이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은 1997년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더그아웃에서 실려 나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대체로 야구인들의 질병은 현장 지도자에게 빈발하고 심장혈관 계통 질환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굳이 의료 전문가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한화는 내년 1월 13일 단체훈련을 시작한다. 김인식 감독의 쾌유를 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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