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바다이기 때문에 곳곳에 리드(얼음이 갈라져 있는 곳)가 많아 아차하면 이곳에 빠진다. 리드를 건너는 훈련은 강릉 연곡천에서 썰매를 2대씩 연결해 했다.
성탄절에는 오대산 노인봉 진고갯 길 10여 km를 버스타이어를 끌며 올랐다. 강원도 평창의 스키장 휘닉스파크에선 150kg이나 나가는 썰매를 끌었다. 박씨와 1994년 남극 원정 경험이 있는 홍성택 대원, 남북극점 원정을 같이 했던 오희준 대원은 쉽게 썰매를 끌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정찬일 대원과 ‘요트 세계일주 기록 보유자’ 강동석 대원의 썰매는 얼마 못가 옆으로 나뒹굴었다.
“북극 지도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어요, 다시 북극점에 도전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이번엔 반드시 북극점을 밟고야 말겠습니다.”
‘북극점 원정은 이미 시작됐다.’ 박영석 대장을 비롯한 원정대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강원도 일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다. 대원들은 150kg이 넘는 썰매 끌기(왼쪽), 북극 리드에 대비한 썰매연결 도하훈련(가운데), 버스 타이어 끌고 고갯길 오르기 등 다양한 훈련을 했다. 사진 제공 북극점 원정대·신원건기자 |
박 씨는 2003년 4월 25일 북위 86도 지점(53일째)에서 되돌아선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처절할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한다. 힘 좋기로 소문난 오희준 대원이 “예전에 한라산 정상까지 짐을 날라주며 해외 원정비용을 벌었을 때도 이처럼 힘들진 않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박 씨도 “어휴, 죽겠네”라며 연방 앓는 소리를 하지만 모든 훈련을 젊은 후배 대원들과 똑같이 소화한다.
“99% 불가능한 일이라면 대개 포기하지만 저는 1%의 희망만 있으면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선 내 몸을 북극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박 씨는 지난해 1월 13일 무지원 탐험 세계 최단기록(44일)으로 남극점을 밟으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2003년 북극점 원정 때 꼬박 3년을 준비했어요, 그런데도 현지에 막상 가보니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박 씨는 지난해 9월 북극점 원정 베이스캠프 후보지인 캐나다 레졸루트(북위 74.9도)로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그 후 11월까지 영하 40도∼영하 50도의 혹한에서 견딜 수 있도록 체지방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박 씨는 다음달 25일 북극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평창·강릉=전 창 기자 jeon@donga.com
●히말라야 14좌-7대륙 최고봉-3극점 밟아야…산악 그랜드슬램이란
박 씨에게 북극점은 세계 최초의 산악그랜드슬램 달성에 마지막 남은 목표물. 산악그랜드슬램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세계 3극점 도달을 말한다.
박 씨는 2001년 14좌를 완등한 데 이어 2002년 세계 7대륙 최고봉도 모두 올랐다. 북극점 원정 출발을 앞둔 그는 “인류 최초의 대기록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씨 이전에 산악 그랜드슬램에 근접한 인물은 1986년 14좌를 최초로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 씨(61·이탈리아). 메스너 씨는 그 해에 7대륙 최고봉까지 완등한 뒤 1989년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이후 세 번에 걸친 북극점 원정에 모두 실패했다. 박 씨도 2003년 북극점 원정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1953년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86·뉴질랜드)은 “박 씨가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한국으로 직접 찾아와 축하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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