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위기를 오히려 연승 행진으로 바꿀 수 있었던 데는 스몰포워드 전희철의 활약이 컸다. 전희철은 경복고 시절 고교 랭킹 1위로 각 대학의 스카우트 표적 1호였다.
고려대로 진학해 대학 무대에서도 코트를 주름잡던 전희철이었지만 프로 출범 후에는 빛을 못 본 게 사실. 포지션이 겹치는 용병들에게 밀려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아마추어 때처럼 외곽공격만 치중하다 계륵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 속에 KCC를 거쳐 SK로 트레이드되면서 한물갔다는 혹평까지 들었다.
그러던 전희철이 달라졌다. 상대 주득점원과 용병 수비를 전담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수비 가담 정도를 반영하는 블록슛은 지난 시즌 경기당 0.22개에서 0.40개로, 가로채기도 0.53개에서 0.75개로 늘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전희철의 이런 변신은 용병의 빈자리를 메워주면서 SK가 단독 4위에 오른 원동력이다. 2일 서장훈이 버틴 삼성전에선 자신의 시즌 최다인 28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희철의 부활은 비슷한 포지션의 국내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오리온스 역시 네이트 존슨이 빠진 2라운드 3경기에서 백업센터 이은호를 앞세워 2승 1패를 거뒀다.
이런 모습에서 2명이 뛰는 용병 제도 개선이 새삼 절실하게 느껴진다. 삼성과 TG삼보에 용병급 센터 서장훈과 김주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 팀과 대등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용병 2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구단들에 SK나 오리온스의 사례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국내 선수가 살아야 프로농구도 발전한다.
MBC 해설위원 cowm5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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