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스승인 삼성증권 주원홍 감독이 지난달 30일 끝난 호주오픈 주니어부에서 복식 우승과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김선용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형택은 2000년 중1이던 김선용이 삼성증권 숙소에 들어오면서 처음 만나 6년째 형과 아우처럼 지내오고 있다. 전날까지 수은주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의 남반구에 있다가 하루 만에 50도 가까이 뚝 떨어진 매서운 겨울 날씨에 코가 빨개진 김선용은 새 구두를 신었다. “형택이 형이 호주에 있을 때 잘 하라고 사줬어요.” 3형제 중 막내인 이형택은 평소 김선용을 친 동생 만큼 챙긴다.
이형택이 뜬 별이라면 김선용은 뜨는 별. 이형택은 한국 선수 중 최초로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대회에서 우승했고 역대 한국 최고인 세계랭킹 52위까지 올랐었다. 김선용은 올해 초 세계 주니어랭킹 1위에 등극했다.
“처음 선용이를 만났을 때는 함께 훈련도 못할 만큼 어렸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린 것 같아요”(이형택). “형이 어려워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는데 정말 많은 걸 가르쳐주셨어요. 제겐 늘 형이 목표였습니다”(김선용).
이형택은 세계 주니어 랭킹이 아예 없을 만큼 학창 시절 국제무대와는 거리가 멀었고 삼성에 입단하고 나서야 비로소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보다 뛰어난 체격조건에, 일찍부터 삼성의 지원까지 받으며 체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김선용이 부러울 때가 많다.
이형택은 지난해 11월 전한국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김선용과 공식대회 맞대결을 벌여 2-0(6-0, 6-2)으로 완승했다 세계 주니어 무대를 호령하고 있지만 김선용에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선용이가 나를 꺾는 날이 빨리 와야 더 편하게 은퇴할 것 같아요.”(이형택)
“형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조금만 기다리세요.(김선용)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에게서 한국 테니스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