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시클 스턴트 분야에서 세계 랭킹 10위 안에 꼽히는 한국계 프로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주한미군으로 있던 아버지(초등학교 교사)와 한국 어머니(강선녀 씨) 사이에 태어난 톰 호겐(30·사진). 그는 자전거 핸들 부분을 고정시킨 채 뒷바퀴를 세차게 회전시키는 ‘테일 휩(tail whip) 묘기’의 세계 톱 랭커. 바이시클 스턴트 종목 중에서도 위험한 반원형 경기장에서 벌이는 버트 부문의 최강자다.
1998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지난해 10월 세계랭킹 톱10만 초청해 서울에서 열린 ‘LG 액션스포츠 싸이언챔피언십’에 참가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최근 대회 관계자에게 e메일로 “나는 한국계다. 제2의 고향인 한국에 가서 너무 좋았다”고 알려 왔다. 그가 한국계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
호겐과의 e메일 인터뷰로 X게임 프로선수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바이시클 스턴트를 언제부터 배웠고 어떻게 프로가 됐나.
“그냥 좋았다. 10세 때부터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집 마당에서 재미삼아 트릭을 연습했다. 대학 4학년 때인 1998년 학업을 중단하고 프로에 뛰어들었다. 사회학을 전공하며 창고에서 의류포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돼 후회는 없다. 앞으로 5년은 더 선수생활을 하고 그 다음엔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
―훈련과 대회 참가 일정은….
“프로가 된 뒤 하루 7∼8시간 연습을 한다. 그동안 10여 차례 크고 작은 부상을 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대회나 각종 이벤트에 참가한다. 1년에 서너 차례 해외 대회에 나가며 미국 안에서는 약 30개 주를 순회한다.”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또래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보다는 훨씬 많다. 각종 협찬이 많아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다른 한국계 선수가 또 있나. X게임에서 동양계가 유리한 점이 있나.
“만나본 적은 없다. 이 분야는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엔 아주 어렸을 때 외사촌들을 만나러 가 본 것 외에 지난해 처음 가 봤다. 매력적인 분야인 만큼 어머니 나라에서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세계 빅3대회’ 마니아 열광… 서머-윈터게임으로 분류
X게임의 ‘세계 빅3 대회’는 일반적으로 ‘X게임대회’ ‘액션스포츠 챔피언십’ ‘그래비티 게임’이 꼽힌다. ‘빅3’ 모두 미국 방송사들이 프로모터라는 게 공통점. 그만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흥행 싸움이 치열하다. X게임은 아직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이렇다할 공식 기구는 없다.
▽X게임대회=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주최하는 ‘원조 대회’. 1995년 첫 대회가 성공하자 1997년부터 스노스포츠 종목이 겨루는 윈터 X게임대회도 열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10회 서머 X게임은 총 17만471명이 관람.
아시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3개 대륙 지역대회 등 연간 24회 내외의 각종 이벤트성 대회도 열리고 있다. 각 대륙 지역대회는 예선전이 아니라 독자적인 대회. 아시아 X게임대회는 기아자동차가 타이틀스폰서로 5월 잠실체육관 일대에서 펼쳐질 예정. www.expn.go.com
▽액션스포츠챔피언십=2003년부터 인라인스케이트, 바이시클 스턴트, 스케이트보드 등 ‘고전적’ 종목 중심으로 개최. LG전자가 2003년부터 5년간 타이틀스폰서를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포모나에서 열린 제2회 대회는 상금이 역대 최고인 총 62만5000달러나 됐다. 윈터게임은 없다. 미국 FOX스포츠넷이 주관방송사. 지난해 10월 세계 톱 랭커들을 초청해 서울에서 사이언챔피언십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www.lgactionsports.com
▽그래비티 게임=미국 NBC 방송이 1998년부터 개최. 서머, 윈터게임 모두 있으며 특히 매년 10월 호주 퍼스에서 남반구 마니아를 대상으로 ‘H2O’라는 명칭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윈터게임은 3월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콜로라도 쿠퍼마운틴 일대에서 열릴 예정. www.gravitygames.com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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