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가 4일 발표한 2005시즌 판타지 게임 랭킹에서 한국인 투수를 4명만 명단에 올린 데 이어 가장 낮은 1달러로 평가하고 최하위권으로 제쳐놓았다.
충격적인 것은 박찬호(32·텍사스). 통산 94승 72패에 5년간 6500만 달러(약 670억 원)의 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렸지만 순위가 매겨진 187명의 선발투수 중 182위에 머물렀다.
그에 대한 짧은 평가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나쁜 계약, 나쁜 성적, 나쁜 투수’라며 ‘나쁜(bad)’이라는 단어를 세 번 연속 썼다.
선발투수 1위인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요한 산타나(미네소타)의 가치는 33달러. 산술적으로 박찬호급 투수 33명에 맞먹는다는 얘기다.
이 밖에 서재응(28·뉴욕 메츠)은 157위, 송승준(25·토론토)은 156위, 김선우(28·워싱턴)는 146위.
서재응은 제구력을 잃어 2003년의 인상적인 활약은 추억이 됐고, 송승준은 5선발 후보이긴 하지만 트리플A에서 수련을 더 쌓아야 한다는 평가. 김선우는 뜻밖에 한국인 투수 중 최고 순위에 올랐지만 올 시즌 마이너리그 계약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불펜투수인 김병현(26·보스턴)과 구대성(37·뉴욕 메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첫선을 보인 백차승(25·시애틀) 등은 아예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타자 부문에선 최희섭(26·LA다저스)이 유일하게 명함을 내밀었다. 평가 가치 4달러. 그러나 53명의 1루수 중 38위로 지난해 시즌 중반 다저스로 이적한 뒤 기록한 0.161의 낯부끄러운 타율이 도마에 올랐다.
한편 전체 1위는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1루수)로 44달러, 2위는 카를로스 벨트란(뉴욕 메츠 외야수), 3위는 블라디미르 게레로(LA에인절스 외야수)로 각각 43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판타지 게임
메이저리그 판타지 게임은 말 그대로 가상 게임이다. 야구팬이 구단주가 돼 몸값 대비 기량이 뛰어난 유망 선수를 많이 끌어 모으는 것이 키포인트. 매일 벌어지는 실제 경기에서 소속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점수가 가감된다.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무작정 랭킹이 높고 비싼 선수만으로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올 시즌 텍사스의 3선발로 뛰는 박찬호가 1달러 가치밖에 인정받지 못했다면 게임 유저의 입장에선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판타지 게임은 MLB.com을 비롯해 ESPN,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포팅뉴스 등 스포츠 관련 사이트들이 거의 다 운영하고 있으며 Sportsmogul.com처럼 오로지 이를 위해 설립된 회사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도 몇 업체가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운영하고 있다. 선수에 대한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위해 전문가 집단이 모여 분석을 한다. 그러나 매년 발표되는 몸값과 랭킹을 보면 업체마다 제법 차이가 난다. 우리 투수들이 기죽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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