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5설날장사씨름대회 백두급(105.1kg 이상) 장사 결정전. 결승에 오른 장사는 천하장사 3번, 백두장사 13번 우승의 ‘슈퍼스타’ 김영현과 프로 데뷔 3년차인 박영배. 누구나 김영현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영배는 3판 다승제로 치러진 결승전에서 첫 판을 들배지기로 이긴 뒤 둘째 판에서 2분여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해 1-0으로 승리했다. 2003년 1월 프로 모래판에 데뷔한 박영배는 첫 백두봉 정상 등극.
울산대 재학시절 5관왕에 오르며 명성을 떨쳤던 박영배는 키는 크지 않지만 가슴이 두껍고 허리가 유연해 그동안 김영현, 격투기 K-1 선수로 변신한 최홍만(218cm)을 심심찮게 잡으며 ‘거인 킬러’로 불려 왔다. 박영배는 2003년 3월 영천대회에서 김영현을 처음으로 꺾었지만 이후 8연패를 당했다가 이번에 다시 거인을 쓰러뜨렸다. 최홍만과의 대결에서는 4승6패를 기록했다.
박영배는 “거인의 긴 상체에 눌려 허리가 꺾이지 않도록 방비하고 비디오 분석을 통해 상대의 중심을 잃게 만드는 훈련을 많이 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12월 31일 프로 입단 계약서를 쓴 날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버지 영전에 우승 트로피를 바치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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