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욱은 결과에 대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웃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표정이었다. 허승욱은 스키계의 ‘조용필’ 같은 존재. 중학교 2학년 때인 87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2003년까지 무려 16년간 1인자의 위치를 지킨 그다. 지난해까지 동계체전에서 그가 따낸 메달은 금메달만도 42개. 하지만 ‘떠오르는 해’ 강민혁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둘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1등이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김형철(24·강원랜드)이 1분3초27로 결승선을 끊은 것. 허승욱은 “아니 3등이 뭐야, 3등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강민혁과 김형철은 국가대표팀에서 톱을 다투는 라이벌. 박재혁 알파인스키 대표팀 감독은 “민혁이는 기술과 체력이, 형철이는 스피드가 좋다”고 말했다.
강민혁은 최근 이탈리아 보미오에서 열린 2005세계스키선수권대회 남자 회전에서 한국 스키 사상 최고의 성적인 25위에 오른 기대주. 작년 동계체전에선 대학부 4관왕. 4년 전 태극마크를 단 김형철 또한 지난해 동계체전 남자 일반에서 슈퍼대회전, 회전, 합계에서 3관왕에 올랐다.
김형철은 강민혁의 횡계초-도암중-단국대 1년 선배. 둘의 대결에선 강민혁이 근소한 차이로 더 많이 이겼단다.
김형철은 “남은 경기도 모두 이겨 4관왕을 이루겠다”고 장담했고 강민혁은 “4관왕은 물 건너갔으니 3관왕으로 만족 하겠다”고 응수했다.
이날 개막한 동계체전은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3362명이 참가해 사흘간 열전을 벌인다.
용평=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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