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주부 3인의 ‘마라톤 예찬’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15분


아줌마들의 마라톤 예찬은 끝이 없었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겨우내 흘린 땀의 결실을 맺겠다는 이들은 지금 설레는 마음으로 레이스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차현순(전업주부) 하수미(고교 수학교사) 박윤희(삼성증권 직원) 씨. 사진은 마라톤 경기 장면과 합성한 것. 김미옥 기자
아줌마들의 마라톤 예찬은 끝이 없었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겨우내 흘린 땀의 결실을 맺겠다는 이들은 지금 설레는 마음으로 레이스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차현순(전업주부) 하수미(고교 수학교사) 박윤희(삼성증권 직원) 씨. 사진은 마라톤 경기 장면과 합성한 것. 김미옥 기자
《2005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 왔다. 이번 대회를 위해 겨우내 땀을 흘려온 3명의 기혼여성이 2일 서울 세종로의 커피숍에 모여 얘기꽃을 피웠다. 고교 수학교사인 하수미(44) 씨와 전업주부 차현순(35) 씨 그리고 삼성증권에 근무하는 박윤희(37) 씨.》

하 씨는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해 하프 최고기록 2시간 12분. 차 씨는 2003년에 달리기를 시작해 풀코스 기록 3시간 59분 55초. 박 씨는 2001년에 입문해 풀코스 기록 5시간 15분 55초.

▽하=제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강남러너스클럽’을 봐도 여성은 10여 명뿐이고 이들 대부분이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예요. 20대는 없어요.

▽차=지난해 남편과 함께 철인 3종 경기에도 입문했어요. 친정어머니가 애들(9세 아들, 5세 딸)을 봐주셔서 가능했지요.

▽박=저희 사내 동호회도 유독 여성이 없어요. 여성들은 30대 중반이 넘어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와야 마라톤을 시작하나보죠.

▽하=전 호흡기 계통이 안 좋고 심장도 약해 여러 운동을 해봤는데 바닥을 헤맸어요.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오기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박=풀코스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직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동안 추워서 준비도 잘 못했어요. 남편은 저 따라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저보다 더 열심입니다. 남편이 “살 빼려면 마라톤 해라”고 구박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체중은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체지방률은 낮아졌지만….

▽하=마라톤 하면 근육이 붙으니까 체중은 오히려 조금 느는 것 같아요. 살이 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죠. 하지만 허벅지는 굵어지지 않습니다.

▽차=달리다 보면 몸매 관리는 저절로 돼요.

▽하=그래도 너무 심하게 달리면 얼굴에 주름이 생겨 보기 안 좋아요. 특히 50대는 더 하죠.

▽박=땡볕에서 한번 뛰어보세요. 피부 망가지죠.

▽하=마라톤의 매력은 달릴 때의 느낌, 달리고 난 다음 샤워할 때의 산뜻함, 이런 것 아닐까요?

▽차=저는 기록 단축에 재미를 느껴요. 요즘 ‘서브스리(Sub-3·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를 목표로 하는 마라톤 스쿨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직장생활에서 마라톤이 하나의 탈출구가 되는 것 같아요. 회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좋고….

▽박=나 자신만을 위해 1, 2시간 동안 몰입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가슴 속에 쌓인 ‘화’라든가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죠. 우리 이번 대회에서 열심히 뛰어봅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30.7㎞지점 12시10분까지 통과하라”… 미달땐 회송버스 타야

‘30.7km지점을 12시 10분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반드시 회송버스를 타세요.’

13일 오전 8시부터 도심을 관통해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5시간을 완주제한 시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초보자나 당일 컨디션이 좋지 못한 참가자들은 레이스 후반 교통통제가 해제돼 자동차가 질주하는 차도를 달리는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중간제한지점’을 운영한다. 즉 30.7km 지점인 올림픽공원 남2문 앞을 제한시간인 12시 10분까지 통과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회송버스에 태워 골인지점으로 이동시키는 것.

일본의 마라톤대회에선 중간제한지점을 2, 3곳 운영하는 것이 보통. 풀코스 완주가 버거운 초보자들은 중간제한지점을 목표로 달리는 경우도 많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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