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嚴弘吉·45) 씨가 지난해 5월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고 하산 길에 조난당해 숨진 계명대 산악회 박무택(朴武宅·당시 35세) 장민(당시 26세) 백준호(당시 37세) 씨 등 3명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휴먼등반’에 나선다.
국내 산악인 20명과 현지인 등으로 50여 명의 원정대를 결성한 엄 씨는 14일 현지로 출발할 예정.
“헬기가 접근할 수 없는 가파른 고지대에서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 일입니다. 한쪽 손은 항상 암벽을 붙잡고 버티고 있어야 합니다. 바위지대라 시신을 미끄러뜨릴 수도 없고 항상 들고 움직여야 합니다.”
박 씨가 누워있는 곳은 에베레스트 북동릉 지역 해발 8750m지점. 산악인들이 다니는 등산로 중간에 있다. ‘세컨드 스텝(가파른 암벽지대)’으로 불리는 이곳을 지나려면 수직에 가까운 70m의 암벽을 통과해야 한다.
박 씨의 시신은 육안으로 확인되지만 나머지 두 명의 시신은 정확한 위치를 몰라 현지에서 수색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 장 씨와 박 씨가 조난당하자 백 씨가 이들을 구하려다 잇따라 사고를 당했다. 이곳은 지난 한 해만도 7명이 숨진 장소.
엄 씨는 2000년 칸첸중가(8603m) 원정 때 해발 8500m 지점에서 숨진 박 씨와 함께 10시간 동안 절벽에 매달린 뒤 기어코 정상을 밟는 등 4번이나 8000m급 고산을 오르며 생사를 함께했다. 지난해 박 씨가 조난당할 당시 히말라야 얄룽캉(8505m)을 오르던 엄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성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을 만큼 각별한 사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 씨의 시신은 로프에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외국 원정대 말로는 누군가 로프를 끊었다더군요. 현재는 등정로 근처 암벽지대에 시신이 누워 있습니다. 올봄만도 세계에서 25개 팀이 등반할 텐데…. 빨리 시신을 수습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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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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