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희정(29)은 TG삼보 신기성(30)과 묘한 인연으로 얽혀 있다.
부산 동아고 시절 유망주로 1995년 고려대에 입학했지만 대학 1년 선배 신기성의 그늘에 가려 벤치 신세. 그래서 1997년 학교를 중퇴하고 프로팀 나래(현 TG)에 입단했다. 1997∼98시즌 신인왕으로 뽑혀 모처럼 주목받았으나 신기성이 다시 나래에 뽑히면서 199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는 설움을 맛봤다. 신기성 때문에 운명이 두 차례나 바뀐 것.
이처럼 인연이 실타래처럼 꼬인 신기성과 주희정이 25일 원주에서 시작되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 이들은 공격과 수비를 진두지휘하는 포인트 가드로 소속팀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
올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신기성은 평균 9.7득점, 2.8리바운드, 7.3어시스트를 기록해 8.7득점, 3.2리바운드, 7.3어시스트의 주희정과 팽팽히 맞섰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신기성은 “대학 때는 희정이에게 미안했지만 오히려 잘 풀린 것 아니냐”면서 “포스트시즌 들어 최상의 기량을 보이는 희정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가 준우승에 그쳤던 지난 시즌과 달리 서두르지 않고 경기 조율과 템포 조절에 신경을 쓰겠다는 게 신기성의 각오.
KTF전에서 평균 14득점, 9.5어시스트, 9리바운드로 트리플 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주희정은 “기성이 형과는 아픈 기억도 있어 꼭 이기고 싶다”면서 “체력을 앞세워 풀코트로 달라붙어 공조차 못잡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주희정 강혁 박성배 등 가드진을 총동원해 신기성을 봉쇄해야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단테 존스에 대한 대비책은 밝힐 수 없다. 다만 열심히 준비할 뿐이다.”(KCC 찰스 민렌드)
“찰스 민렌드는 힘이 좋고 골밑 안팎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선수다. 피벗 플레이가 좋다. 협력수비로 막겠다.”(SBS 단테 존스)
26일 전주에서 맞붙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KCC-SBS의 4강전은 용병 민렌드와 존스의 대결이 백미. 두 선수는 10일 정규리그에서 한 번 맞붙어 88-81로 SBS가 승리했으나 경기 내용은 접전. 개인기록에서는 민렌드가 39득점, 14리바운드로 존스의 24득점, 9리바운드보다 앞섰다.
민렌드는 정규리그 도중 다쳤던 오른쪽 무릎이 많이 회복된 상태. 민렌드의 득점력과 경기 흐름을 타는 능력은 SBS에 큰 위협. 민렌드는 맞상대인 존스에 대해 “관중을 의식한 쇼맨십이 뛰어나다. 경기 외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고만 할 뿐 말을 아꼈다.
반면 존스는 “다른 팀 용병들은 해외리그에서 본 적이 있지만 민렌드는 한국에 와서 처음 봤다.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상을 받을 만한 선수다”라고 치켜세웠다. 존스는 “1 대 1 수비가 안 되면 협력수비로라도 민렌드를 막겠다”며 “한국에 와서 처음엔 팬들을 위한 화려한 플레이를 많이 했지만 이제부터는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등 동료들이 빛을 내도록 도와주는 궂은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CC 신선우 감독은 “5점 안팎의 승부가 될 것이다. 수비와 리바운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SBS 김동광 감독은 “단기전이니만큼 원정 1차전이 고비다. 매치업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KCC 이상민의 속공 패스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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