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데뷔전 실패는 ‘보약’

  • 입력 2005년 4월 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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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이틀째인 3일 잠실구장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두산이 8-3으로 앞선 9회 2사후 LG 공격. 두산 김경문 감독은 새 마무리로 낙점한 신인 서동환을 올려 경험을 쌓게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서동환은 첫 타자의 몸에 공을 맞힌 뒤 연속 볼넷을 내주고 쫓겨나다시피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가 던진 13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불과 4개. 결국 두산은 박용택에게 만루홈런을 맞았고 1, 2루의 역전 위기에까지 몰린 뒤 8-7의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올 초 신일고 졸업과 동시에 프로에 뛰어든 서동환은 계약금 5억 원을 받은 거물 신인. 최고인 6억 원을 받은 휘문고 출신 김명제가 있긴 하지만 그를 선발로 돌리는 대신 최고 구속이 150km를 오르내리는 강속구 투수 서동환을 마무리로 중용한 두산은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컸다. 서동환이 곧바로 2군행 보따리를 싼 것은 당연했다.

이런 서동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기자가 기억하는 한 최악의 데뷔전을 치른 서동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다.

악몽의 데뷔전을 치른 신인은 많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1985년 해태 시절 삼성을 상대로 한 첫 등판에서 8회 2사까지 9안타 4볼넷을 내주고 삼진은 2개밖에 잡지 못한 채 5실점 선발패를 당했다. 한화 최동원 코치는 롯데 시절인 1983년 삼미와의 경기에 구원으로 나가 2와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5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하지만 이들은 첫 경기의 실패를 교훈삼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로 성장했다.

물론 1983년 개막전 신인 완봉승을 거둔 OB 장호연이나 1998년 2홈런 3안타 5타점의 맹타를 터뜨린 두산 김동주, 2002년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은 기아 김진우처럼 처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데뷔전은 앞으로 치를 수없이 많은 경기 중 한 경기에 불과할 뿐, 그것으로 선수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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