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라크 아르빌 고교선발팀 “축구로 하나 됐어요”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09분


평화와 우정의 마당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이라크의 청소년들은 축구를 통해 평화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12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친선경기를 마친 중경고와 이라크 아르빌 고교축구 선발팀 선수들이 함께 어우러져 응원단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파주=이종승  기자
평화와 우정의 마당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이라크의 청소년들은 축구를 통해 평화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12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친선경기를 마친 중경고와 이라크 아르빌 고교축구 선발팀 선수들이 함께 어우러져 응원단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파주=이종승 기자
“대∼한민국.” “브로(이겨라), 브로, 브로.”

한국과 이라크 고교 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됐다.

12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중경고와 이라크 아르빌 지역 고교축구 선발팀의 친선경기(동아일보사 대한축구협회 공동주최).

경기 시작 전 이라크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향하자 1학년으로 구성된 400여 명의 중경고(교장 임성만) 응원단은 환성을 쏟아냈다. 이라크 선수들은 응원단에 국기를 나누어 줬고 응원단은 선수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전달하며 선전을 기원했다.

한 이라크 선수가 중경고와의 친선경기에 앞서 응원단에 이라크 국기를 보여 주며 성원을 부탁하고 있다(왼쪽).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친선경기를 마치고 대한축구협회를 방문한 이라크 선수들에게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의 사인이 담긴 2002 한일월드컵 공식구를 선물했다. 파주=이종승 기자

휘슬이 울리자 응원단은 한국과 이라크를 응원하는 구호를 번갈아 외쳤다.

축구는 평화와 우정의 매개체였다. 이라크 선수 유니폼 앞뒤에는 ‘한국은 이라크를 사랑해요(KOREA ♥ IRAQ)’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한국이 파견한 자이툰부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양 팀 선수들은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서로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고 파울을 저지르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잊지 않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축구로 대화를 나눴다.

경기는 막상막하. 전반 25분 이라크의 핸드린 사이드가 선제골을 뽑아내자 전반 종료 직전 배원호가 동점골을 터뜨려 ‘우정의 대결’은 1-1 무승부로 사이좋게 끝났다.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스탠드로 가 함께 응원단에 인사를 했고 삼삼오오 어울려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선제골을 터뜨린 사이드는 “첫 골을 넣어서 너무 기쁘다. 중경고가 한 골을 넣어 비겼기에 더욱 기쁘다. 골을 먹고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우리는 친구다”라며 즐거운 표정. 중경고의 주장 권순길은 “처음엔 긴장했다. 얼굴색도 다르고 축구 실력이 어떤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를 할수록 긴장감이 풀어지고 친한 친구들과 즐겁게 공을 찬다는 느낌이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고 말했다.

최운범 중경고 감독은 “먼 길을 와서인지 이라크 특유의 파워와 스피드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많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압둘 카디르 크디르 이라크 감독은 “한국 축구 선수들의 수준이 아주 높았다. 우리가 대등한 경기를 한 것만으로 만족한다. 역시 한국은 축구 강국이다”라고 말했다.

파주=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라크 고교팀, 축구협회 방문▼

‘앗살라 말레이쿰.’

이라크 아르빌 고교축구 선발팀이 12일 중경고와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대한축구협회를 방문했다.

임원을 포함해 30명의 선수단은 ‘알라신의 가호가 깃들기를’이라는 뜻의 아랍어 인사말로 환영하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축구회관을 견학했다.

이들은 정 회장이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사인이 담긴 2002 한일월드컵 공식구를 전달하자 “오∼ 히딩크”를 외치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무하마드 이산 쿠르드 지방정부 인권장관은 한국축구대표팀 초청 의사를 밝혔다. 이산 장관은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준 대한축구협회에 감사한다. 자이툰부대의 고국인 한국에서 한국 국민과 축구팬을 직접 만나 너무 반갑다. 다음에는 한국대표팀이 아르빌에서 이라크대표팀과 경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했더라면 이라크와 만날 뻔했는데 8강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 이라크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축구 강국으로 한국과는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화답했다.

아르빌 고교축구 선발팀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 서울-수원 삼성의 프로축구 K리그를 관전할 예정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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