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박찬호 선수의 경기를 보신 분들은 꽤 답답한 가운데 경기를 지켜 보셔야 했을 것이다. 우선 앞선 2경기에서 보여줬던 투심의 날카로운 제구가 보이지 않았고 구위상으로도 그리 좋지 못해 거의 매 이닝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경기가 됐기 때문이리라.
이 날 경기에서 확실한 점은 우선 박찬호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33,4번의 등판을 하는 선발 투수의 경우 늘 한결 같은 몸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결국 스스로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 상대 타선을 피해갈 수 있는 경험과 요령이 시즌이 끝났을 때 몇 승을 더 올릴 수 있는 큰 요인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날 박찬호의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 경기의 흐름을 자신 쪽으로 이끌 수 있는 여러 차례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여기에는 경기 초반 박찬호가 생각했던 스트라이크가 심판의 존과 다르게 판정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이나 끈기있는 오클랜드 타선의 모습, 그리고 2회 볼넷을 남발하며 폭투까지 나왔던 상대 선발 댄 해런을 몰아 부치지 못한 점들은 이런 박찬호를 더욱 힘들게 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경기를 치루다 보면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단순히 경기 자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투수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그런 면에서 박찬호는 이 날 스스로가 또는 팀동료가 상황에 따라선 상대팀의 도움등으로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러 차례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 다시 한번 그 상황을 뒤돌아보자.
☞ 1회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만루 위기에 몰렸을 때 선구안이 뛰어난 스캇 해티버그를 상대로 투볼로 볼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낮게 떨어지는 투심으로 2루수 플라이를 유도했을 때. 후속 타자 번즈 역시 가볍게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내 큰 위기를 벗어나며 한숨을 돌릴 첫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텍사스가 1회말 반격에서 2사이후 한점을 뽑아줬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 2회초 마크 캇세이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고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3루 도루에 실패하며 대량 실점의 위기를 피했을 때. 후속 타자 제이슨 켄달을 몸 맞은 공으로 내보내 더 큰 위기 상황으로 흐를 수 있어 이 도루 실패는 나름대로 의미가 강했다.
☞ 3회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다시 실점 위기를 맞았을 때 에릭 번즈와 닉 스위셔를 변화구로 삼진 처리했고 후속 타자 해티버그의 잘 맞은 타구를 리차드 히달고가 잡아주면서 다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또한 4회 이 날 경기 처음으로 그라운드볼 2개를 유도하며 투심을 안정 시킬 수 있던 기회. 하지만 5회 선두 타자 에릭 차베스에게 초구를 통타 당하며 홈런을 허용한 순간 스코어상으론 당시 2-3으로 한 점 뒤졌지만 사실상 이 날 경기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모든 스포츠는 기회의 포착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함으로 패전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매번 기회를 살려 준다면 오히려 스포츠가 던져주는 매력이 반감 될 수도 있고 극적인 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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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Xports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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