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58)의 말은 곧 ‘법’이다. 그런 그가 14일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PSV 아인트호벤이 리옹을 꺾고 4강에 오르자 “박지성의 플레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칭찬하는 데 지극히 인색했던 네덜란드 축구의 슈퍼스타인 그가 박지성을 이례적으로 극찬한 것이다.
‘태극전사’ 박지성의 인기가 이곳 네덜란드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하다. 요즘 네덜란드 언론들은 그의 활약상을 보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신문은 ‘리옹전에서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한 박지성의 플레이가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보도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네덜란드 리그 사상 이렇게 온몸을 바쳐 뛰는 선수는 처음’이라는 등 박지성에게 찬사를 보내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박지성이 공을 잡으면 ‘위성 파르크(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 에레레레레…’란 응원가가 바로 울려 퍼진다. 27일 이탈리아의 AC 밀란과의 4강전에 아인트호벤 팬에 배정된 3000장의 원정응원용 티켓이 16일 발매 시작 9분 만에 매진된 것도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한 것이다.
축구팬들의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놀랄 따름이다. 네덜란드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상에 시달릴 때만 해도 “왜 박지성을 뽑았느냐”며 원성을 쏟아내던 팬들이 이젠 ‘영웅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박지성의 성장 뒤엔 거스 히딩크란 ‘명장’이 버티고 있었다. 주장 반 봄멜 등 선수들이 “왜 아시아의 무명 선수들을 영입했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할 때나 팬들이 원성과 야유를 퍼부을 때도 히딩크 감독은 한결같이 박지성을 옹호했다. 박지성이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혼을 바탕으로 열심히 뛴 게 성공의 ‘제1 원동력’이지만 언제나 신뢰하고 경기에 출전시킨 히딩크 감독의 남다른 배려도 큰 역할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이 ‘스타’로 우뚝 선 요즘도 기자들이 굳이 물어보지 않는데도 “박지성의 활약이 승리에 큰 몫을 차지했다”는 얘기를 꺼낸다. 같이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애제자이기 때문이리라.
한국선수가 빅 리그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텃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이란 버팀목을 배경 삼아 빅 리그에 진출하길 기대해 본다.
sammycho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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