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 한국 여자 테니스의 최고 스타였던 이덕희(49·사진) 씨. 재미교포 사업가인 그는 해마다 4월이면 한국을 찾는다. 자신의 이름을 딴 국제테니스대회를 올해로 5회째 열고 있기 때문. 이번 대회는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24일까지 열린다.
22일 경기장에서 만난 이 씨는 내내 흐뭇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국제 테니스의 흐름을 좇아 힘을 앞세운 플레이를 펼치는 걸 보니 보람이 큽니다.”
이 씨는 한국 테니스 해외 진출 1호. 1981년 한국인 최초로 US오픈 16강에 진출하고 세계 47위까지 올랐던 그는 주니어 육성을 위해 매년 1억 원에 가까운 대회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주니어 1위에 오르며 호주오픈 주니어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김선용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이 씨는 “학생 선수들이 운동만 해서 부상도 많고 그러다 보니 쉽게 은퇴한다”며 “공부도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바람직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앞으로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도 지원하겠다는 게 이 씨의 포부다.
1983년 은퇴 후 결혼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텔사업을 하는 이 씨는 지난해 미국 서부의 정규 골프장 두 곳을 인수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고려대를 방문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12명에게 장학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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