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김재박 감독의 한마디에 국내 스포츠계가 축구와 야구로 양분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의 말은 단언컨대 무심코 던진 한마디였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가서 조기축구를 했는데 너무 부럽더라. 여기서 야구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굳이 말한다면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서울 입성이 그룹의 재정문제로 무산된 뒤 수원에서 셋방을 살고 있는 무연고 팀 사령탑. 괜한 의심을 살 만한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김 감독의 발언이 퍼지는 데는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월드컵 구장은 2조원의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 만큼 축구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뿌린 격.
프로축구연맹은 즉각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네티즌들은 원색적인 용어까지 사용하며 상대편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같은 말싸움은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김 감독과 네티즌은 개인의 입장이라고 접어두자. 최소한 선수협은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옳았다.
이미 지어진 경기장이 나중에 용도 변경된 경우는 드물다. 예전에 LA다저스가 미식축구 경기장인 메모리얼 콜로세움을 잠시 쓴 게 유일하다시피 하다. 일본의 삿포로돔은 처음부터 축구와 야구 겸용으로 세워졌다. 미국 애틀랜타의 터너필드, 탬파베이의 트로피카나필드, 미네소타의 메트로돔, 캐나다 토론토의 스카이돔도 마찬가지다.
상암구장을 야구 겸용으로 개조하라고 주장하려면 그 소요 비용과 경제적 채산성을 따지는 자료를 함께 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김 감독 한 마디의 나비효과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부디 소모적 논쟁보다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야구장 시설을 개선하고 야구계의 숙원인 돔구장 건설로 이어지기는 ‘생산적인 나비 효과’가 되기를 기대한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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