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승부앞에 친구 없다?

  • 입력 2005년 5월 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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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운동했던 선수가 은퇴하는데….”(김호철 감독)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경기가 끝난 뒤에 해야지.”(신치용 감독)

김호철(50) 현대캐피탈 감독과 신치용(50) 삼성화재 감독. 40년 동안 친구로 지내 온 두 감독이지만 왕 중 왕 타이틀을 앞두고는 우정보다 승리가 우선인 듯했다.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린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두 감독은 경기 전부터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설전은 현대캐피탈 한희석 정승용의 은퇴식 시간 문제를 놓고 시작됐다. 김 감독이 “경기 시작 전 삼성화재 선수들과 함께 축하해 주는 자리를 갖고 싶다”고 하자 신 감독이 “팀 개별 행사다. 경기가 끝난 뒤 하면 동참하겠다”고 응수한 것.

이에 김 감독은 “너무한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하겠다”고 했고 신 감독은 “원정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행사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국민의례가 끝나자마자 바로 두 선수에 대한 은퇴식을 열었고 삼성화재 선수들은 코트 바깥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멀뚱하게 바라만 봤다.

두 감독은 응원석 배분을 놓고도 서로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기 싸움을 벌였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를 보여 주는 단면이었다.

천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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