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열심히 하던 어느 날, 나를 돕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마르퀴스 더말 스파 피트니스’ 한동길 트레이너가 내게 물었다.
“왜 몸매를 가꾸려 하시죠? 혹시 결혼을 앞두고 계시나요?”
순간, 떠오르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지 않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골똘히 생각해 봤더니, 결국 ‘자기 만족’이었다.
2주일 전 이 프로젝트에 처음 돌입했을 때와 비교하면 3kg가량 줄인 셈이다. 설탕을 뿌린 토스트 류의 브런치를 먹는 행복을 포기한 대신 양질의 음식을 조금씩 먹고 산소를 마시며 달리는 그 기분, 살아 있는 느낌을 얻었다. 운동을 시작한 뒤 잠자리에 일찍 들었더니 아침에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여유도 생겼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뉴욕 치즈 케이크 디저트가 예쁜 접시에 담겨 나올 때면 나는 여전히 포크를 든다. 다만 나의 프로젝트를 의식하면서 아주 조금 혀에 가져다 댈 뿐이다.
다이어트에는 의지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애정 어린 협조가 필수다. 나는 그 점에서 행운이다. 회사 사무실에서 간식으로 떡볶이와 순대를 먹을 때 동료들은 “전국 독자를 대상으로 다이어트를 선언해 놓고 함부로 먹어서야 되겠느냐”고 말린다. 다이어트 중이라고 털어놓으면 억지로 술을 강요하는 군대식 문화도 사라졌다. 나의 식탐을 잘 알고 있는 트레이너는 종종 전화로 내 식생활을 체크한다.
운동을 마치면 나는 인근에서 닭가슴살 샐러드, 생과일 주스, 두유, 계란, 고구마 등을 구입한다. 요즘 끼니마다 먹는 음식이다. 초콜릿과 비스킷 등 간식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때로는 삶은 고구마를 락앤락 밀폐 용기에 담아 출근하기도 한다. 가수 옥주현이 닭가슴살 샐러드를 질리도록 먹었다는 트레이너의 귀띔도 늘 상기한다.
사실 내 운동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30분 러닝 머신과 약간의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하루 24시간 중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꽤 많은데도 운동에 시간을 내는 데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럴 땐 아무 옷이나 입어도 멋스럽고 아름다운 몸매의 여성들을 떠올린다.
요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는 ‘인터벌’ 프로그램을 작동해 1분 30초씩 높은 강도와 낮은 강도를 오가며 경보를 하고 있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칼로리 소모량을 두 배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트레이너에 따르면 영화배우 유지태는 이 프로그램을 주 3회 60분 진행해 2주 동안 5kg을 감량했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레그 익스텐션’을 세차례 했다. 기구에 앉아 자세를 안정시킨 뒤 천천히 무릎을 펴면서 발목 패드를 올려 허벅지 근육을 수축시킨다.
“2초 동안 동작을 멈추고 근육을 꽉 쥐어짜세요.”
이때 허벅지 위쪽을 발달시키고 싶으면 발등을 앞으로 쭉 펴고, 허벅지 아래쪽을 발달시키고 싶다면 발등을 90도로 세운다. 중량은 15회 했을 때 괴로움을 느낄 정도여야 한다. 조금 오버해 표현하자면, 나는 근육을 쥐어짤 때 도 닦는 기분에 빠져 든다. 속세의 고통을 힘들게 떨쳐내는 그런 느낌….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