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구가 366만 명이니 사흘간 40명중 1명은 야구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방송을 본 팬까지 치면 이 비율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부산 팬의 야구 사랑은 올해 평균관중이 인구 2.8배인 서울의 두산보다 1500명 이상 많고 100만 명 차이밖에 나지 않는 대구 인천에 비해선 두 배에 이르는 것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야구기자로서 참으로 기분이 좋다. 부산의 열기가 침체된 프로야구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산 갈매기’들은 왜 이렇게 야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실로 어려운 질문이다. 어찌 한두 현상만 갖고 이를 설명할 수 있으랴.
궁리 끝에 작년 시즌 초 롯데의 반짝 돌풍 때 기자가 썼던 기사가 있어 이에 덧붙여본다.
기자는 한미일의 대표 인기구단을 비교하며 뉴욕 양키스는 ‘Best of Best(최고)’, 한신 타이거스는 ‘닌(忍·인내)’, 롯데 자이언츠는 ‘한(恨)’으로 풀이했다.
월드시리즈 26회 우승에 경제 수도 뉴욕에 연고를 두고 백인과 엘리트층의 지지를 받는 양키스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과 맞아 떨어진다. 한신은 만년 하위 팀이지만 요미우리의 간토(關東)와 한신의 간사이(關西)간 지역감정과 우열의식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이에 비해 롯데는 일견 한신과 비슷해 보이지만 특정지역에 대한 편견과 열등감은 없다. 따라서 우승에 목을 매거나 눈물은 없다.
다만 우수 자원을 많이 배출하고도 성적은 신통찮았던 게 공통점. 게다가 연고 스타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최동원은 삼성으로, 양상문 현 감독은 청보로 보따리를 샀다. 갈매기들이 롯데는 사랑하지만 구단에 대해선 한을 품게 된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롯데의 경기는 항상 감칠맛이 난다는 게 큰 작용을 했다. 전통적으로 투고타저의 팀인 롯데는 대승과 대패보다는 박빙 승부를 펼쳤다. 정규리그에선 한번도 1위를 못했지만 1984년과 1992년 역사에 남을 두 번의 극적인 역전 우승컵을 안았다.
사정이 이러니 부산 팬은 롯데가 완전히 꼴찌로 추락하지 않는 한 희망을 버리지 않게 됐다. 하루하루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선진 응원 문화는 이런 풍토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닐까.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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