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가대표팀은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온 전문 선수들이나 꿈꿀 수 있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달 10일부터 엿새간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롤러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선 이 같은 ‘편견’이 깨졌다.
순수 동호인 16명으로 이뤄진 인라인하키팀이 한국을 대표해 출전했고, 일본 대만 홍콩 이란 등 5개 팀 중 3위를 차지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 예선 풀리그에서 1승 3패로 3, 4위전에 진출한 한국은 전주인라인롤러경기장에서 벌어진 대만과의 경기에서 10-5로 승리해 동메달을 따냈다.
동호인만의 대표팀 구성은 대한인라인롤러연맹으로선 모험이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나머지 4개국은 선수들 대부분이 하키 또는 아이스하키 선수에서 변신한 강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맹은 국내 인라인스케이트 인구가 약 400만 명에 이르고 이 중 인라인하키를 즐기는 사람이 2만여 명인 점을 감안할 때 동호인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이것이 적중한 것이다.
연맹은 국내 동호인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40여 명을 선발해 훈련 과정을 거쳐 16명의 ‘드림팀’을 탄생시켰다.
선수들의 직업은 공익근무요원부터 자영업자, 체육교사까지 다양하다. 연령대도 24세부터 35세까지.
대표 선수들은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췄다. 낮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밤에는 대표 선수로 변신했다. 샐러리맨들은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대회에 출전했다.
3, 4위전에서 4골을 넣은 김공철(金空哲·31) 씨는 건축조경자재개발업체를 운영한다. 인라인하키 경력은 3년 8개월. 태극마크를 단 것은 물론 처음이다.
김 씨는 “국가대표로 뽑혔다고 하니까 주위에서는 ‘그 실력으로 나라 망신시킬 일 있느냐’고 만류하기도 했다”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정말 즐겁게 경기했고 갈수록 팀의 실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이병진(李秉珍) 홍보팀장은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엘리트 스포츠가 부작용을 양산하는 등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생활체육도 충분히 국가대표급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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