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의 3, 4위전에서 4골을 넣은 김공철(31) 씨는 “즐겁게 훈련하고 즐겁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들로 구성된 롤러하키 대표팀은 분위기가 경직돼 사뭇 달랐다는 것이다.
인라인하키가 인기종목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생활체육 기반의 엘리트 스포츠가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엘리트 스포츠를 정책적으로 육성한 것은 오래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가 그 정점이다. 국위 선양에 도움이 된 점도 있지만 그 폐해는 너무 심각하다. 특히 메달 유망 종목에서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은 ‘운동기계’로 자란다. 성적을 위해선 지도자들이 폭력도 불사한다. 프로나 실업 쪽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선수는 ‘무능력자’로 사회에 나온다. 최근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프로 골퍼 박세리가 “그동안 너무 운동밖에 몰랐다”고 토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인라인하키 대표 선수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라인하키가 인기를 끌자 대회가 생겼고, 동호인이 2만여 명에 이르자 이 중 잘하는 사람으로 대표팀을 구성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일본의 엘리트 스포츠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클럽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운동부가 아닌 동아리 개념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정부가 나서서 이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일본은 30년이 넘는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전혀 새로운 시스템으로 국제대회에서 다시 좋은 성적을 내게 됐다.
우리도 이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스포츠 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한다. 스포츠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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