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Mr. Koo’ 원맨쇼… 랜디 존슨 상대 2루타

  • 입력 2005년 5월 23일 0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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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쿠(Mr. Koo)’의 복수혈전이 메이저리그를 경악시켰다.

구대성이 자신을 버린 뉴욕 양키스를 맞아 가슴속 비수를 꺼낸 22일 뉴욕 셰이스타디움 경기.

2-0으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한 구대성은 1루주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포수 마이크 피아자의 견제구에 죽자 티노 마르티네스와 호르헤 포사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원맨쇼의 전주곡을 울렸다.

구대성의 구위가 워낙 뛰어나자 윌리 랜돌프 감독은 공수교대 후에도 그대로 기용. 하지만 선두타자인 그에게 안타를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상대 선발은 현역 최고의 좌완이자 구대성의 우상인 랜디 존슨.

구대성은 첫 타석인 17일 신시내티 전에선 멍하니 서서 삼진을 당했다. 당시 ESPN은 “쿠가 타석에서 6m는 떨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이번엔 완전 딴 사람이었다. 존슨의 초구는 시속 146km짜리 높은 볼. 2구는 148km 바깥쪽 스트라이크. 이어 3구째 146km 직구가 몸쪽으로 오자 장식품 같던 구대성의 방망이는 매섭게 바람을 갈랐다. 중견수 버니 윌리엄스를 훌쩍 넘겨 펜스 앞에 떨어지는 2루타.

그러나 이마저도 시작에 불과했다. 호세 레이예스의 포수 앞 번트 때 3루에 안착한 구대성은 홈 플레이트가 비었음을 보고는 그대로 홈까지 질주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세이프였다. 느린 화면으로는 포수 포사다의 태그가 빨라 보였지만 이미 판정은 내려진 뒤였다.

구대성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로빈슨 카노를 삼진으로 잡은 뒤 교체됐고 메츠가 4-0으로 이겨 시즌 4번째 홀드(효과적인 중간 계투)를 낚았다. 평균자책은 3.37.

메츠 홈페이지는 “쿠를 외치는 함성이 그의 조국 한국에까지 들렸을 것”이라고 했고 짐 듀켓 단장은 “우리 왼쪽 타석의 비밀병기”, 동료 데이비드 라이트는 “쿠가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고 칭찬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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